이통사 고객센터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유치 못하면 재택근무 박탈?”

SK텔레콤 콜센터 상담사 본지에 제보
고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유치에 사활
성과저조자 재택근무 박탈 예고
회사 측 "목표강요 전혀 없다...역량교육일 뿐"

기사승인 2021-04-28 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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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고객센터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유치 못하면 재택근무 박탈?”
일러스트=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이제 고객 요금제 하나를 (낮게) 떨어뜨리면 세 개를 높여야 해요. 그래야 인센티브를 받으니까요. 이걸 안 하면 재택근무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27일 쿠키뉴스에 제보한 SK텔레콤 자회사 콜센터 직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3년 전 콜센터 상담원에게 비싼 요금제 유치를 강요했던 정책이 올해부터 다시 시행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요금제 변경을 문의하면 무조건 고가의 요금제를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고객이 낮은 요금제를 원하는 경우 요금제를 낮춘 상담사는 인센티브를 가져가지 못한다”라며 “고객의 상황에 맞지 않는데도 고가의 요금제 상향율을 60% 이상 유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가 요금제 유치는 아니지 않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유료 부가서비스 유치도 강화되고 있다. 신규사업인 V컬러링이 그것이다. 제보자는 "고객센터 전 직원에게 하루에 V컬러링 3~4건 가입을 강요하고, 인센티브와 연동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달간 100원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V컬러링을 유치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처음 선보인 V컬러링은 월 3300원에 통화 연결음뿐 아니라 이용자가 고른 동영상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직접 동영상을 찍어 올릴 수도 있고,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무료 및 유료 동영상을 구매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제보자에 의하면 이번에 사측은 고객 대상 고가 요금제나 브이 컬러링을 유치하지 않은 성과 저조자에게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내근직으로 돌리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4~5월 실적을 합산해 평가한 후 6월부터 성과에 따라 재택근무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을 위한 재택근무가 마치 성과를 위한 인센티브처럼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재택근무 철회 방침은 ▲관리자와 원활하게 연락이 닿지 않는 근무 태만 ▲복무에 문제가 있는 근무 상황 허위보고 ▲사생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 ▲관리자에게 보고 없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경우 ▲불친절 등 상담사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는 행위가 발생되는 경우 ▲구성원의 귀책으로 인한 고객의 이의제기 및 이슈가 발생한 경우 ▲2개월 연속 D등급이 나왔을 경우 등이다.

마지막의 경우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 D등급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성과가 재택근무에 연동되는 것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현재 인센티브는 요금제 상향과 브이컬러링 등을 유치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재택근무가 혜택이 아니라 방역지침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사측에서 마치 혜택을 주는 것처럼 착오를 하고 있다”라며 “정부 방역지침이 재택근무 30%선이기 때문에 그 선만 지키면 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고기준만 최소한으로 채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어떤 이유로 제도가 운영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 콜센터 대규모 확진 이후 SK텔레콤은 콜센터 구성원 대상 재택근무 방침을 업계에서 가장 처음 내놓으면서 희망하는 구성원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했다. 콜센터 구성원 6000명 중 재택근무를 원하는 25%에 달하는 희망자 전원에게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한 것이다.

특히 당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희망자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인프라와 시스템 확충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상담사들의 재택근무 시스템 도입 및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설정한 방역지침을 살펴보면 재택근무는 신청한 이들을 대상으로 모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상담사가 신청만 하면 가능했던 재택근무를 성과와 연동시켜 인센티브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요지다. 심지어 콜센터 건물에는 센터별로 건물 내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고가 요금제나 브이컬러링 등 모두 회사의 마케팅 방식이니까 십분 양보해 인정한다고 해도, 개인의 안전과 건강이 실적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확진자가 발생했던 회사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확진자 급증과 함께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제보자가 말한 것 중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 강요 및 할당 정책은 전혀 없다"라며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어느 조직에나 있으며 기본급 이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인센티브"라고 강조했다.

재택근무와 관련해서는 "상담 태만이나 오안내, 고객만족도, 고객 개인정보 관리, 유치실적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등급을 평가한다"라며 "구성원 성과 및 역량 향상을 위해 관리하는 차원에서 2개월 연속 낮은 등급의 상담사에게 회사로 불러 한 달 동안 사무실 근무하며 직무지식/역량 재교육을 시키는 것이지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내근 한 달 이후 다시 재택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회사가 재택근무를 제한할 이유가 전혀 없고, 원하는 구성원에게 100% 실시한다"라며 "재택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인데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을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니며, 통신사 재택률도 40%로 통신3사중 가장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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