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를 위한 ‘유미의 세포들’, 위안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1-09 0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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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를 위한 ‘유미의 세포들’, 위안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꿈에서 게시판 관리 세포를 만난 유미(김고은).   사진=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캡처.

꿈 속, 세포 마을. ‘소원 게시판’ 앞에 선 유미(김고은)가 쪽지에 끼적인다. ‘웅(안보현)이와 해피엔딩.’ 평범한 30대 직장인인 유미는 남자친구인 웅이와 헤어질까봐 내내 심란하다. “난 웅이가 내 인생의 남자 주인공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유미에게 게시판 관리 세포는 말한다. “미안하지만, 웅이는 남자 주인공이 아니야.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곳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지난 6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속 한 장면이다.

 “제게 충격을 준 에피소드예요. 이 세상의 주인공은 단 한 명이라는 메시지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유미의 세포들’ 종영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이상엽 PD는 말했다. 이 PD는 드라마 원작인 동명 웹툰을 무척 좋아해 “팬심”으로 작품을 연출한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드라마를 만들면서 느낀 감정이 그 에피소드에 다 담겼어요. 세포들이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질 수 있는 자존감과 긍정의 힘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가 2015년부터 5년 동안 연재한 동명 웹툰을 옮긴 드라마다. 사랑 세포, 이성 세포, 감성 세포, 응큼 세포 등 세포들을 내세워 유미의 심리를 섬세하고 기발하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시즌1은 유미와 웅이 만나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애를 종료합니다’ 마지막 회에 나타난 이 자막에 심장이 철렁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선 “내가 연애하다 헤어진 것 같다”며 ‘과몰입 증후군’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줄을 이었다. 

“유미를 위한 ‘유미의 세포들’, 위안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왼쪽부터) 송재정 작가, 이상엽 PD, 김윤주 작가.   사진=티빙.

“공감을 사는 게 목표였지만, 이 정도로 몰입하실 줄은 몰랐어요.” 이 PD는 웃었다. 20년 가까이 메가폰을 쥐며 ‘쇼핑왕 루이’ ‘아는 와이프’ 등을 연출한 ‘베테랑 PD’인 그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송재정 작가는 “‘유미의 세포들’은 리얼리티가 극도로 살아있는 이야기”라면서 “다른 드라마였다면 새이(박지현)가 등장하면서 유미와 웅이가 헤어졌을 텐데, 이 작품은 큰 고비에선 화해했다가 별 거 아닌 문자 메시지 때문에 이별한다. 그 과정이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짚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세포들은 ‘유미의 세포들’ 흥행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처음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정도만 돼도 황송”(송재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고퀄리티여도 되나 싶을 정도”(김윤주)로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중요한 에피소드는 분량을 키워 과장하거나 자극적으로 각색”했지만, “최대한 원작을 따르려고 노력”(송재정)했다. 김고은·안보현 등 배우들은 ‘웹툰 표정을 따라해 달라’는 이 PD의 요청을 순순히 따르며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배우들이 촬영할 땐, 세포들이 내뱉는 ‘마음의 소리’를 스태프들이 읊어줘 감정 몰입을 도왔다. 

“유미를 위한 ‘유미의 세포들’, 위안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사진=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캡처.

내년에 공개될 시즌2에선 유미의 새로운 사랑이 펼쳐진다. 송 작가는 “여자 주인공은 그대로 있는데 남자친구는 계속 바뀐다는 점에서 ‘유미의 세포들’은 기존 로맨스 드라마와 다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순한 맛 버전을 생각하며 제작 중”이라며 “시청자도 ‘연애 휴지기’를 갖고 드라마를 볼 수 있게끔 두 시즌 사이에 시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선 유미를 마케팅팀으로 불러 들인 유바비(박진영) 대리의 활약이 커질 전망이다. 이 PD는 “바비 역 배우는 ‘일단 잘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박진영이 실제 유바비처럼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연애는 끝났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유미의 세포들’은 연인 간 사랑뿐 아니라, 유미를 지키려는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보여줘 더욱 특별하다.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으르렁대고, 불안 세포가 매분 매초 불안에 떨고, 사랑 세포가 화내고 울면서도 사랑을 계속하는 이유는 모두 유미가 행복하길 바라서다. 김 작가는 “수많은 세포들이 나를 위해 고민하고 응원하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위안을 받은 것 같다”며 “드라마에서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