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폐암’ 젊은층서 주로 발생…유전자 변이 타깃해야  

국내 환자 2% 희귀 변이 나타나…생존율 ↓

기사승인 2021-11-17 06:45:01
- + 인쇄
‘비흡연자 폐암’ 젊은층서 주로 발생…유전자 변이 타깃해야  
쿠키뉴스DB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주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지지만 폐암 환자 10명 중 3명은 비흡연자다. 이들에게서는 종양 유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더 많이 관찰되고 특히 여성,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희귀한 변이가 동반된 경우다. 이때는 기존의 표적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생존기간이 짧고 예후가 나쁘다. 때문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단시 유전자 변이 유무를 정확하게 찾아 적합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11월17일 세계 폐암의 날을 맞아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을 예방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원인 다양한 폐암…‘비흡연 환자’ 관심 증가 

세계적으로 연간 180만 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하고, 폐암으로 인해 159만 명이 사망한다. 우리나라 암 사망자 중에서도 폐암 환자가 가장 많다. 2019년 한 해만 암으로 8만1000여 명이 사망했고, 이 중 폐암 환자는 5분의 1을 넘는 약 1만8000여 명이다.  

폐암의 발생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가장 잘 알려진 환경적 원인은 흡연지만 흡연 이외에도 환경오염 또는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원인으로 폐암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율이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비흡연자 폐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무시됐다. 최근 흡연율 감소는 전체 폐암환자를 줄였지만 상대적으로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많아짐에 따라 관심이 증가하게 됐다”라면서 “물론 비흡연자 폐암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유전자 이상과 이에 대한 다양한 표적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 것도 관심을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동양인‧20대여성‧주부 유전자 돌연변이 많아

비흡연 폐암 환자에게서는 흡연 폐암환자에 비해 종양 유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더 많이 관찰된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되며, 약 80~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그 중에서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이하 EGFR)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폐암의 특성과 다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에게,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백인에서 약 10%에서 관찰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환자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약 50% 이상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2000년대 초 유전자 돌연변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폐암 표적치료제가 등장했고, EGFR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약 85%에서 발견되는 ‘EGFR 엑손 19 결손 변이’ 및 ‘엑손 21 치환 변이’ 폐암은 표적치료제를 통해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이 교수는 “비흡연자이면서 유전자 변이를 가진 폐암환자는 매우 많다. 흥미롭게도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 그리고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중에는 20대 젊은 여성 대학생도 있고, 30~40대의 남성 직장인도 있다”면서 “50대 여성 주부환자도 매우 많다”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EGFR 유전자 변이 가운데 국내 환자에서 약 2% 정도에서 관찰되는 ‘엑손 20 삽입 변이’ 등 희귀 변이가 동반된 비소세포폐암의 경우다. 기존의 표적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생존기간이 짧고 예후가 나쁘다. 해외 연구 결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EGFR 엑손 19 결손 변이’ 및 ‘엑손 21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19%인 반면,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8%에 그쳤다. 사망 위험도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일 경우 흔히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비 75% 높았다. 

희귀 변이 동반시 생존율 떨어져…PCR검사로는 한계 

성공적인 폐암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조기 진단이다. 폐암에서는 특정한 유전자의 변이가 암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기에 유전자 변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감지하는지에 따라 치료 성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기존 EGFR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치료제에 대한 반응률이 8~27%로 낮지만, 해당 유전자를 표적하는 치료제를 사용하면 반응률이 약 40%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희귀 유전자 변이 폐암은 빈도가 높은 유전자 변이 위주로 진단하는 ‘PCR 검사’ 방식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PCR 검사 방식은 직접 염기서열 분석법 대비 민감도가 높고 분석이 빠르지만, 한 번에 감지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희귀한 유전자 변이는 잘 감지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PCR 검사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인 NGS 검사는 한 번의 검사로 희귀 변이를 포함한 방대한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해독해 약제 선택, 예후, 예측 등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부터 폐암 환자의 NGS 검사에 선별급여가 적용돼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본인 비용 부담 50% 로 희귀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또 환자에 따라 실손보험에 가입된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NGS는 PCR 대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병변 조직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암이 진행될수록 환자의 조직을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폐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단 초기부터 유전자 변이 유무를 정확하게 찾아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조기에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PCR검사는 특정 돌연변이만을 발견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만약 돌연변이가 적거나 아니면 아주 많지 않은 암이라면 PCR검사만으로 충분하고, 어떤 면에서는 진단과 치료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악성흑색종에서 BRAF돌연변이를 찾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폐암같이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PCR로 하나씩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면서 “때문에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를 동시에 그리고 한꺼번에 검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치료시기를 최대한 당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행히 국내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이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밝혀지고 있고, 이미 많은 환자에서 해당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가격이 비싸고 아직 만족할 만할 정도로 빠르게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해야 비용과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고 보다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일부 돌연변이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거나, 임상시험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가나 급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비흡연자 폐암’ 젊은층서 주로 발생…유전자 변이 타깃해야  
대한폐암학회 제공.

조기발견 어려운 폐암, 적절한 식습관과 운동으로 예방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아주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자주 언급되는 폐암 증상은 폐암이 많이 진행되는 경우 나타나고, 그 증상도 다른 폐질환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증상으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진단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많은 건강검진에 포함된 검사법은 폐암을 발견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법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 충분히 유용한 조기검진법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조기검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좋은 운동과 생활습관은 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인 간접흡연을 포함해 흡연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암, 특히 폐암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현재 알려진 유발요인을 피하고 조기검진법이나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금연이 유발요인을 피하는 방법”이라며 “하지만 비흡연자에서 발생하는 폐암은 유발요인이 흡연만큼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으므로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모든 암종에서 적절한 운동과 식사습관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해 볼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운동과 식사습관은 국가를 포함해 많은 공공기관에서 제시한 지침이 있으므로 꼭 그 기준에 맞춰 따라 해보길 권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