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 업계 살길은 ‘면세한도 상향’

기사승인 2021-12-28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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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면세 업계 살길은 ‘면세한도 상향’
한산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쿠키뉴스DB

면세업계가 정부의 내국인 면세 ‘구매한도’ 폐지에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업계를 지원하고, 여행객의 소비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정작 ‘면세한도’는 그대로 유지돼 실질적 효과는 물음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3월부터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면세점 구매한도 제한은 1979년 외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내국인이 해외에 나갈 때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도를 한정했다. 첫 시행 500달러 수준에서 1985년 1000달러로 확대, 1995년에는 2000달러로 증가했다. 2006년에 3000달러, 2019년에 5000달러까지 상향했지만, 이젠 43년 만에 제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국민적 소득이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급성장한 상황에서 면제점 구매한도 제한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구매한도를 설정해 제한하는 곳은 한국 뿐이다. 

정부는 “한국의 현 외환 보유량이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과소비 억제와 외화 유출 방지란 제도의 설립 취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다”며 “낮은 구매한도로 인해 고가 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함으로써 면세업계의 운영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면세점들은 이 같은 소식에 반색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앞으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내국인이 해외로 나갈 때 샤넬 같은 고가 제품을 국내 면세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어 해외에서 구매를 하곤 했다”면서 “앞으로 국내에서 소비가 가능해진다면 국내 면세점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면세점과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이 면세되는 ‘면세한도’는 상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에선 1인당 600달러(71만원)의 면세한도가 적용중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3000달러(30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경우, 면세한도 초과금액 2400달러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면세한도는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된 이후 7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는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 하이난 특구의 경우 지난해 10만위안으로 상향 조정했고, 일본은 각각 20만엔(약 210만원), 미국은 800달러(약 95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구매한도를 늘린 것은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면세한도도 올려 줬어야 하는데 아쉽다”면서 “코로나19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 역시 “중국과 일본 등은 면세한도를 상향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국내 면세한도는 7년째 유지 중”이라며 “코로나 이후 국내 면세산업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