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처벌법 이후 안전·인력·예산 모두↑···불명확한 법 개정 추진 시급

ESG 경영가 중요 척도...경영자 안전의식 높아져
10곳 중 8곳 "개정 필요성" 지적

기사승인 2022-04-19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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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처벌법 이후 안전·인력·예산 모두↑···불명확한 법 개정 추진 시급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국내 기업들이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도와 예산, 인력을 확충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중견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8곳은 대대적인 안전 투자에도 불명확하고 모호한 법률로 현장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답했다. 이에 신 정부에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인 국내 기업 367곳을 대상으로 벌인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처법 개정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처법 제정 이후 안전에 대한 경영자 관심도 변화에 응답 기업의 69.0%는 '매우 높아졌다'고 답했다.

경총은 "최근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기업경영 화두인 사회·환경·지배구조(ESG)가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는 상황"이라며 "사고발생 시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매우 엄한 형벌을 부과하는 중처법까지 제정돼 경영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중처법 제정 전과 비교하면 안전 관련 예산 변화는 70.6%가 증가헀다고 답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000인 이상)은 '200% 이상', 중견기업(300~999인)은 '50~100% 미만', 중소기업(50~299인)은 '25% 미만'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가 예산의 투자항목은 45.9%가 '위험시설·장비 개선·보수 및 보호구 구입 비용 확대', 40.5%가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및 인력확충'이었다. 반대로 예산 변화가 없는 이유로는 44.4%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제정적 한계, 31.5%는 안전관리가 충분히 잘되고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안전 관련 인력 변화는 41.7%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50~299)보다 중견기업(300~999인) 및 대기업(1000인 이상)의 인력 증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50~299인)은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안전 예산이 충분치 못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대기업(1000인 이상)에 비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경총은 풀이했다.

안전 관련 인력 채용·운용 시 애로사항은 58.3%가 '안전관리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심화', 47.1%가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안전자격자 공급 부족'으로 나타났다.

중처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기업 10곳 중 8곳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법률이 모하고 불명확해 현장 혼란만 가중한다'는 응답이 66.8%였다. 또 '기업과 경영자가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밖에 없어서' 응답이 54.7%였다.

바람직한 중처법 개정 방향으로는 94.0%가 '경영책임자(원청)의 의무내용 및 책임범위 구체화' 였고, 47.0%가 '면책규정 마련', '근로자에 대한 의무 및 책임 부과'라고 답했다. 법 개정 시기는 응답 기업의 36.2%가 1년 이내, 31.9%가 즉시라고 답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ESG경영 등의 사회적 분위기와 중처법 제정으로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제고되고 안전투자를 늘린 기업이 많아지는 등 경영자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많이 애쓰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노력에도,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이 지속돼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사전예방중심으로 하루빨리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 10곳 중 8곳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처럼,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기업 경영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수위를 완화하고 의무내용을 명확히 하는 등 신정부에서 법률 및 시행령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