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필요하다면 ‘넛신’을 찾아주세요 [LCK]

기사승인 2022-08-29 02: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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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필요하다면 ‘넛신’을 찾아주세요 [LCK]
2022 LCK 서머 파이널 MVP에 선정된 '피넛' 한왕호.   사진=문대찬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한 팀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팀을 옮기는 선수를 가리켜 ‘저니맨’이라고 한다. 유명 저니맨 가운데는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우승 청부사들이 많이 있다. 일례로 축구 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데뷔팀 말뫼 FF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곤 몸담은 모든 팀에서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적이 잦은 LoL e스포츠에서는 저니맨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욱 높다. 이들 가운데는 소속 리그를 떠나 해외 진출을 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젠지 e스포츠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는 그동안 7개의 팀 유니폼을 입은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젠지는 28일 오후 강릉 아레나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T1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왕호는 개인 통산 네 번째 LCK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고, LCK 내 최초로 각기 다른 네 개 팀(락스 타이거즈·SKT T1, 킹존 드래곤X, 젠지)에서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결승전에서 한왕호는 번뜩이는 활약을 펼치며 협곡을 종횡무진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바로바로 읽어내 역습을 펼치기도, 예상치 못한 동선으로 치명타를 날리기도 했다. 백미는 2세트였다. ‘세주아니’를 뽑은 한왕호는 초반 가교 역할을 해야할 ‘페이커’ 이상혁의 ‘레넥톤’을 집중공략하면서 데스를 누적시켰다.

T1의 초반을 담당해야하는 레넥톤은 힘이 빠진 반면, 후반 잠재력을 보고 뽑은 ‘쵸비’ 정지훈의 ‘사일러스’는 상당히 이른 타이밍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빼앗긴 T1은 경기 끝까지 젠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한왕호는 파이널 MVP로 선정됐다. 한왕호는 “내가 막내일 때 형들이 많이 이끌어줬던 게 생각난다”면서 “그때 형들 덕분에 우승을 할 수 있었고, 형들이 해준만큼 지금 팀원들에게 해주려고 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T1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한왕호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팀원들을 성불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날 전까지 한왕호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젠지 선수들은 LCK 우승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한왕호의 활약으로 네 명의 선수는 지긋지긋한 무관 징크스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한왕호는 “개인적으로 2019년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웠다”면서 “2019년도에 젠지 팬들께 우승을 선사해드리겠다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LCK 우승 청부사 한왕호의 다음 목표는 소환사 컵이다. 많은 리그 우승을 경험한 그는 아직까지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는 “내 커리어 중에 롤드컵 트로피만 남았는데, 성에 안 찬다”며 “롤드컵 우승에 도전해서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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