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여성 집단 구타 발생…2030 엑스포도 악영향?

기사승인 2022-09-08 20: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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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서 여성 집단 구타 발생…2030 엑스포도 악영향?
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보육원에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다.   ALQST 트위터 화면 캡처

2030 엑스포 유치를 두고 한국, 이탈리아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모습이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 BBC방송 등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州) 카미스 무샤트의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 여러 명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다.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진 영상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은 여성 머리에 벨트로 추정되는 가죽끈을 휘두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들은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한 남성은 여성의 머리채를 끌고 다녔고, 다른 남성은 이 여성의 두 발에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머리채 잡고 곤봉질하는 경찰들.    연합뉴스 유튜브

해당 영상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됐는데, 집단 구타가 발생한 정확한 시점과 구타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여성들이 보육원의 열악한 시설과 인권 침해에 항의하자, 공권력이 보복성 구타를 했다고 영상의 게시자를 인용해 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31일 아시르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주 정부 조사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여성 인권이 열악한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육원 등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우디 법원은 지난달 트위터에 여성 인권 운동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올다며 이유로 반테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살마 알셰합(33)에게 징역 34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알셰합은 체포되기 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우디의 남성 후견인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 제도는 남성에게 여성 친척들의 삶을 일정 부분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열악한 여성인권으로 인한 문제가 여럿 발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제 행사인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트위터 사용자들은 사우디의 이같은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한편 정부와 부산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계획서를 전날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제출했다.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면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과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다. 최종 개최국은 현지 실사 등을 거쳐 내년 11월에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남은 1년여 간 이들 국가와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왕실이 직접 나서 세계 주요국에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