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부담’에 임차인 “전세보다 월세”

기사승인 2022-09-13 1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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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부담’에 임차인 “전세보다 월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사진=임형택 기자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월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13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중 130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택 임대차 거래 유형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7.0%가 전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월세 거래라고 답한 비율은 43.0%였다.

여전히 전세 거래를 선호하는 비율이 더 높지만, 2년 전보다 월세 거래에 대한 선호 비율이 높아졌다. 2년 전인 2020년(10월 기준) 조사에선 78.7%가 전세, 21.3%가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2년 만에 월세를 선호 비중이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금리 인상 부담으로 전세 보증금 목돈 마련이 어려운 이유와 사기, 전세금 반환 등 목돈 떼일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월세 임차인은 월세 거래를 더 선호하는 양상이다. 선호 이유는 ‘목돈 부담이 적어서’가 40.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사기, 전세금반환 등 목돈 떼일 부담이 적어서(20.7%)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13.5%) △단기 계약이 가능해서(1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대신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상반기(1~6월) 월세 거래량은 24만606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5만8547건)보다 55.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거래가 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53%)다. 

반대로 전세는 매물적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하락이 이어졌다.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8% 떨어졌다. 세종시는 0.64% 하락해 시·도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각각 0.07%, 0.14%, 0.11% 내렸다.

월세 선호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사에서 향후 이사 시 임차 형태를 묻자 전세 이사계획은 줄고 월세 이사계획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 질문에서 전세는 50.9%, 월세(보증부월세 포함)는 38.4%, 나머지는 10.7%로 임차 형태로 이사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2020년 조사는 전세 61.5%, 월세는 22.2%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매시장 약세 장 속에 금리 인상에 따른 임대인의 대출부담 증가까지 겹쳐 보증금 반환에 대한 이슈와 분쟁이 늘고 있다”며 “목돈 마련이 부담스러운 월세 임차인의 경우,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