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항공권 환불 못받아"…외항사 환불 거부 속출

기사승인 2022-11-07 17: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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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김포공항에 대기 중인 비행기.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박효상 기자

# 2020년 5월에 결혼한 신혼부부 김 모(32세)와 이 모(30세)씨는 신혼여행으로 타이항공 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지만 코로나19로 여행을 가지 못했다. 태국 입국 제한령과 함께 해외 귀국자에 대한 10일 격리 조치로 인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공사에 환불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기약없다"는 답변과 함께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 자체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항공권 구매를 중개했던 여행사는 물론 항공사 경영악화로 인해 환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온라인 여행 관련 카페에는 김 씨처럼 항공권을 취소하고 수년째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에 사는 이 모(40세)씨는 2020년 10월 현대카드 프리비아를 통해 에어아시아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을 가지 못해 환불 신청을 했다. 패키지 여행 금액 중 숙박 등의 요금은 환불 받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항공권 금액 100여 만원은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전화와 메일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환불 요청을 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받았다"며 "언제 환불 받을 지 몰라 자포자기인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중계 역할을 하는 여행사들은 고객에 대한 환불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곤란한 입장이라고 토로한다. 항공권 예약 시 여행사 등 개별 사이트를 거치더라도 요금 결제는 항공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여행사들은 환불금을 자체 자금으로 고객들에게 되돌려주고 있지만 소규모 여행사는 극심한 경영난에 이마저 힘든 상황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심해지는 소비자 불안을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여행사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권 전액 환불 대신 바우처·포인트를 지급하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에어아시아의 중장거리 노선 항공사 '에어아시아 엑스'는 코로나19로 취소됐던 27만건 이상의 항공권들을 보상했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 측은 유효기간이 5년인 바우처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는데 고객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바우처를 통해 환불했다.

문제는 외항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할 경우 항공사업법상 별도의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내 지사가 없는 경우 대응도 어려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고발센터 등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이마저 환불 과정이 쉽지 않은 데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결국 항공 이용을 결정하는 승객들이 환불 조건 등을 꼼꼼히 따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최근들어 항공권 환불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외국 항공사에서 구매한 항공권의 경우 연락 등이 원활하지 않아 분쟁 해결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 환불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불 조건이 사전 고지되었는지, 자신의 계약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제하고 이를 근거로 환불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