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밑그림 그린 김승연 회장…‘한화 간판’ 김동관 과제는

기사승인 2023-01-13 0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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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밑그림 그린 김승연 회장…‘한화 간판’ 김동관 과제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한화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미래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김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총수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발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3조 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를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각각 연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따로 신설하고, 현재 연 생산 능력이 1.7GW인 모듈은 생산라인 추가 증설을 통해 총 8.4GW로 확대한다. 동시에 2019년 모듈 양산을 시작한 달튼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도 현재 1.7GW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5.1GW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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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미국 솔라 허브 지도.   한화

이 같은 투자 규모는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는 것은 한화솔루션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이번 투자를 주도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김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는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초기부터 진두지휘해 왔다. 적자였던 독일 큐셀(현 한화큐셀)을 인수하며 2년 만인 2014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하며 경영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현재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미국과 독일, 영국, 한국 등 주요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김 부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통했다는 것이 재계의 평이다.

아버지인 김 회장도 지난해 7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세 회사에 흩어져 됐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며 아들인 김 부회장에게 힘 실어주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사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과 전략적 투자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단행된 승진은 김동관 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승진과 함께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주)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의 승진으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핵심 계열사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2021년에는 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등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한화에너지와 합쳤고,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에 대한 지배력도 키웠다. 석유화학‧태양광 뿐 아니라 방산‧항공우주까지 담당하며 그룹의 주력 사업과 미래 사업들이 김 부회장의 통제 하에 놓이면서 그룹 내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한화의 후계구도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방산 및 에너지 등 그룹 내 주력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호텔과 리조트·백화점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차남인 김 부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합류한 이후 해외 사업과 신사업을 맡으며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삼남인 김 전무는 지난해 겸임 중이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장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유통 부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사실상 김동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총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기정화된 사실"이라며 "특히 김 부회장이 사업 초기부터 주도한 태양광 사업에서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경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