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러오는 사람 없어요"…고금리·고물가에 중고차시장 '냉랭'

기사승인 2023-01-17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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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답동에 위치한 장안평 중고차 매매센터 전경.   사진=배성은 기자

중고차 시장이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연식 변경 모델 등 계절적 영향에 중고차 공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에 거래됐던 일부 차량의 기현상이 점차 해소되면서 전반적인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중고 시세가 3개월 만에 20% 급락했다. 이는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인하한 것과 더불어 중고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높은 1000만원대 모델의 시세가 평균 10% 하락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1000만원대에 거래되는 모델들은 신차 출고가 대비 절반 이상 감가가 이뤄져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달에는 1000만원대 가성비 인기 차종으로 꼽히는 쌍용 렉스턴W(-10.6%), 기아 올 뉴 카니발(-9.7%), 현대 캐스퍼(-6.4%), 기아 올 뉴 쏘렌토(-4.4%) 등의 시세가 나란히 전월 대비 하락할 전망이다.

인기가 많아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테슬라의 모델3는 2021년 초와 비교했을 때 16% 상승한 가격이지만, 최근 3개월간 중고차 시세가 20% 떨어져 현재 테슬라 모델 3는 평균 424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 모델 3 외에도 주요 전기차 모델 모두 중고차 시세가 15% 이상 모두 급락했다. 테슬라 모델3(-20.1%), 아이오닉5(-19.5%), EV6(-16.6%), 모델Y(-16.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이 밖에 지난해 첫 출시된 쌍용 토레스(-10.0%)는 물론 전기차 모델인 BMW iX(-15.0%), 쉐보레 볼트 EV(-8.9%) 등도 시세가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모델의 80%가 전월 대비 하락했고, 시세가 상승한 모델은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양상은 앞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세 하락의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반으로 보면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할부, 대출 상품 이용 부담 증가 등으로 수요가 줄며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세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이전인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금리도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고차 딜러들이 중고차를 매입할 때 활용하는 재고금융 금리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이상, 신차 할부 금리는 같은 기간 1.2~2.2%포인트 상승했다. 대부분 중고차 매매 상사는 캐피털사를 포함한 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차량을 매입한 뒤 판매한다. 최근 중고차 금융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져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중고차 상사가 속출하고, 소비자는 구매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봄은 중고차 시장 성수기로 거래가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고차 시장도 경기 영향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국산차는 물론 수입 브랜드의 인증중고차 등 중고차 전반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역시 시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중고차 시세가 과열되기 전인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