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마법, 브루노 마스 내한 콘서트 [쿡리뷰]

기사승인 2023-06-18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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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같은 마법, 브루노 마스 내한 콘서트 [쿡리뷰]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황금 같은 마법이 공기에 맴도는 이곳” 알앤비 황제 브루노 마스가 공연한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은 그의 히트곡 ‘24K 매직’(24K MAGIC) 가사 속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재능과 열정, 에너지와 여유가 황금비율을 이룬 공연의 이데아였다.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곱슬머리 작은 거인은 잠실벌을 채운 5만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았다.

오프닝 곡 ‘24K 매직’을 부를 때부터 그랬다. 첫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쏟아지는 함성이 가수의 목소리를 뒤덮었다. “서울, 코리아! 오늘 밤 여기에 오려고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니 브루노를 위해 함성을!” 백업 보컬의 이 같은 외침에 심장이 세차게 박동했다. 마스는 몸을 풀 시간 따윈 필요치 않다는 듯 첫 곡부터 무대 여기저기를 누볐다. 객석도 매 순간 절정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관객들은 잠시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않았다.

‘트레저’(Treasure), ‘댓츠 왓 아이 라이크’(That’s What I Like),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Versace on the Floor), ‘메리 유’(Marry You) 등 부르는 곡마다 ‘떼창’이 튀어나오는 히트곡이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노래가 워낙 많아 90분간 쉬지 않고 노래했는데도 차마 부르지 못한 히트곡이 수두룩했다. 마스가 낸 묘안은 이랬다. “여러분. 밴드가 쉬는 동안 게임 하나 해요. 이름하여 ‘여러분이 이 곡을 기억하는지 봅시다’ 입니다.” 마스는 피아노 앞에 앉아 즉석에서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 ‘낫싱 온 유’(Nothin’ on You),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 등을 들려줬다.

황금 같은 마법, 브루노 마스 내한 콘서트 [쿡리뷰]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공연 중인 브루노 마스. 현대카드

그래미에서 트로피를 15개나 손에 넣고 빌보드 1위곡을 8개 배출한 가수에게 이게 웬 새삼스러운 말이겠느냐마는, 브루노 마스는 말 그대로 음악 신동이었다. 쫄깃하게 리듬을 타고 힘차게 고음을 뻗어냈다. 하지만 뛰어난 가창력은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의 일부일 뿐. 마스는 탁월한 연주자였고 타고난 춤꾼이었다. 이날 연주한 전자 기타와 피아노 말고도 드럼을 갖고 노는 실력도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발재간은 목소리로 부리는 기교만큼이나 화려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듯이 보여도 결국엔 밴드와 완벽하게 합을 맞추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스는 콩트의 귀재이기도 했다. 때는 ‘콜링 올 마이 러블리즈’(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기 직전. 커다란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 마스는 짐짓 통화하는 척 “헤이 베이비. 아임 인 코리아 라잇 나우”(안녕 자기. 난 한국에 있어)라고 말하더니 한국어로 “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갑자기 ‘둥둥둥둥’ 드럼 소리가 울렸다. 마스는 곧장 두 백업 보컬과 화음을 맞춰 “보고 싶어요, 마 베이베”라고 노래했다.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마스는 이날 “안녕, 서울” “재밌어요?” “사랑해요” 등 한국어로도 열심히 인사말을 건넸다. 객석에선 그룹 세븐틴, 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여러 K팝 가수들이 공연을 즐겼다.

앙코르곡으로는 미국 유명 DJ 겸 작곡가 마크 론슨과 협업한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선곡했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무려 14주간 정상을 달린 세계적인 히트곡이다. 관객들은 부끄러움 따윈 날려 버리고 곳곳에서 춤판을 벌였다. 가수, 연주자, 관객 모두 무아지경에 빠진 순간이었다. 마스는 흡사 교주처럼 한국 팬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공연 도중 산들바람이 불 때면, 마스가 날씨를 조종하는 게 아닐까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마스는 “한국에 오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면서 “여러분에게 어떻게 이 감사함을 충분히 전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18일까지 이어진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