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마로해역’…어장 이용 협상서 갈등

진도군, 2023년 10% 반환‧2030년 완전 반환‧해남군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 금지 약속‧전남도 중립 요구
해남군, 2023년 10% 반환‧2030년 재협상‧어민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 금지 약속
김영록 지사 “역지사지 마음으로 이해 구하는 것이지 압박 아냐…상생 방법 찾아달라”

입력 2023-09-20 14: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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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마로해역’…어장 이용 협상서 갈등
진도군 마로해역대책위원회는 19일 진도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마로해역’ 분쟁 중재에 나선 전남도에 ‘중립’을 요구했다. 사진=진도군마로해역대책위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 판결로 끝날 것 같았던 해남과 진도간 마로해역(만호해역) 어업권분쟁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137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김 양식 어장인 마로해역 어업권이 진도군 어민들 몫이 됐지만, 양식을 계속하겠다는 해남군 어민들과 중재에 나선 전남도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진도군 어민들은 ‘전남도의 중재안이 해남 측의 입장만 수용한 형평성에 어긋난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비판하고, 상생을 위해 접점을 찾고 있는 양측 어민들의 협상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중립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5일, 해남군 어민 174명이 제기한 ‘마로해역 어업권 분쟁 관련 행사계약 절차이행 및 어장인도소송’ 상고를 기각, ‘해남군수협(어민)은 어장을 인도하고 시설물을 철거를 이행하라’는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양측이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기로 합의한 만큼,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의 ‘마로해역’ 어업 행사권은 진도군 몫이 됐다.

그러나 해남군 어민들은 삶의 터전으로 일궈온 마로해역을 내놓을 경우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진도군에 마로해역 대체 어장을 허가해준 만큼 계속적인 어업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진도군 어민들은 올해 면허지의 50%, 나머지 50%는 2030년 완전히 반환받겠다며 상생협력금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선행 조건으로 어민이 아닌 해남군이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라고 요구했다.

해남군 어민들은 면허지 50%를 반환하면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며 10%(137㏊)를 올해 반환하고 어장면허가 만료되는 2030년 재협의를 요구하고, 어민들의 권한쟁의심판 재청구 금지 확약, 매년 2억 원의 상생협력금 지급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안에 대해 진도군 어민들은 상생협력금에는 동의하지만 올해 어장의 10%를 반환받고, 나머지 면적은 2030년 6월 27일까지 반환을 완료한다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선행 조건으로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 금지 확약을 하되 ‘어민’이 아닌 ‘해남군’의 약속을 요구했다.

어장 면허가 종료되는 2030년, 해남군은 ‘재협의’, 진도군은 ‘완전 반환’이라는 큰 입장차를 보이면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 어민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전남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만 부추긴 모양새다.

진도군 마로해역대책위원회는 19일 진도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마로해역’ 분쟁 중재에 나선 전남도에 ‘중립’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2020년 마로해역 분쟁 해결을 위해 전남도 입회하에 양측대표들이 작성한 ‘협의확약서’는 ‘법원의 판결에 무조건 승복하고, 판결의 주문에 따라 이를 적극 이행한다’것이라며, 확약서 이행을 촉구했다.

또 공증까지 받은 확약서에는 시설물 철거를 이행하지 않을경우 전남도, 진도군이 행정대집행을 하기로 하고 강제이행금 및 손배배상청구도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해남군수협에 행정대집행을 해야 할 전남도가 이달 초 해남군 어민들의 입장만 대변한 채 ‘상생중재안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수부, 해양경찰서, 도 합동으로 무면허‧어장간 거리‧무기산 사용 단속 실시와 어장감축을 강행하겠다’는 조치계획을 밝혀 어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마로해역’…어장 이용 협상서 갈등
18일 김영록 도지사가 참석하는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인 진도군 실내체육관 입구에 해남 어민과 어린 자녀 등 400여 명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18일 김영록 도지사가 참석하는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인 진도군 실내체육관 입구에 해남 어민과 어린 자녀 등 400여 명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면서 진도군 어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도민과의 대화에서 진도군 어민대표들은 전남도의 중립 요구와 함께 해남군 어민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기영 진도수협 조합장은 마로해역 분쟁에 대해 전남도가 진도군에 양보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천정선 김생산자연합회장은 “도지사가 직원들에게 해남 편을 들라고 했느냐?”며 “법으로 이겼지만 상생 차원에서 해남사람들에게 많이 양보했다. 그러나 해남군민들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졌다”며 “이렇게 만든 사람은 도지사다”고 비판했다.

김희수 군수 역시 “해남사람들이 말이 안되는 소리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각서까지 써 놓고, 대법원 판결 지니까 옛날부터 해남땅이었다고 주장하고, 또 기각되니까 무기산 신고나 하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협상을 요구하고, 한쪽에서는 깡패짓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어민은 진도 어민대표와 진도군, 해남군, 전남도가 함께 모여 끝장토론을 통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악화된 상황이 전남도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한 한 어민은 도는 지원 역할만 하고 양 수협이 직접 당사자가 되도록 한발 물러서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록 지사는 “어느 한 편에 서지는 않는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면서 “민간간 협의를 잘해야 하지만 진도군과 해남군, 전남도도 함께 노력해야하는 것”이라며 “원활한 합의를 위한 노력을 압박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전남도가 나서는 모습보다는 양 지역 지도자와 수산 관련자, 어민이 나서서 해결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상생을 위한 방법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전남도는 중재안으로 2023년 면허지 10%를 진도군에 반환하고, 나머지는 2030년 협상후 결정, 해남군이 매년 2억 원의 상생협력금을 진도군에 지급, 해남군 어업인 161명이 권한쟁의 심판 재청구 금지 확약 각서를 제출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