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분만취약지 이대로 괜찮은가?...폐업 외 선택지가 없다

입력 2023-11-07 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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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로 전락한 붕괴된 분만 인프라는 어제 오늘의 새삼스러운 의제도 아닐뿐더러, 현재도 가속되고 있으며, 현재 복지부의 이에 대한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예진산부인과의원)는 "분만 취약지의 안정적인 분만 환경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5년간 380억원을 지원했지만 그 어떤 성과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분만 취약지 거주 산모들의 의료 접근성 강화 필요성이 수 차례 지적돼 왔음에도 이 같은 연구결과는 여전히 안전한 분만·출산 환경 속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는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너지는 분만취약지 이대로 괜찮은가?...폐업 외 선택지가 없다

분만 산부인과 지원액은 지난 2013년 75억원, 2014년 70억원, 2015년 67억5000만원, 2016년 72억5000만원, 2017년 94억 5000만원으로 5년간 379억5000만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의료기관 중 분만실적을 보유한 13곳의 현황을 확인한 결과 분만 취약지역 전체 분만실적 2만910건 중 해당 의료기관의 분만실적은 5403건으로 전체 대비 25.8%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올해 대한민국은 의료사고 소송 속에 무너지는 분만 현장을 마주하고 있으며, 그간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10억원 손해배상 시대'가 열렸다. 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과 의료소송 평균 손해배상청구 금액만 해도 2억3000만원에서 5억3800만원으로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의 분만실이 20%이상 급감했다. 병상도 의료진도 없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도권 대학병원조차 확진 산모를 못 받았다. 산과 전문의 부족은 서울 빅5병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분만 사고로 인한 소송을 당하면 두려움이 가장 힘들다. 패소에 대한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간 내가 이룬 걸 다 잃고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며 "단순히 돈을 잃는 게 아니라 내가 지켜온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수많은 의사가 현장을 떠나고 젊은 의사가 발길을 돌린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제 46조에 대한 시행령으로 보상금에 대해 정의하고 있지만 이는 복지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금액 증액을 할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복지부는 항상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오상윤 원장은 "산부인과 의료 소송 규모와 영향은 의사 개인이나 의료기관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며 "정부는 의료사고 대책과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던 요청을 알면서도 무관심했던 결과다. 이제라도 처벌 아닌 재발 방지에 초점 두고 국가책임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개한 '2022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 10곳 중 4-5곳은 주변에 분만이나 응급의료 처치를 받을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 '의료 취약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지역에서 취약지가 많은 곳으로 조사됐다.

분만 취약지를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남이 20곳, 경북 19곳, 강원 14곳, 경남과 충남 각 13곳, 충북과 전북 각 10곳, 제주 1곳(서귀포시)이었다. 이어 가평군, 안성시, 양평군, 여주시, 연천군, 포천시 등 6곳이 분만 취약지에 포함됐다.

특히 분만 의료는 응급 의료 등과 함께 필수의료 중 하나로 꼽히지만, 전문의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 쏠림이 심해 대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는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운 곳이 많고 산부인과가 설치돼 있는 병원도 심각한 의사 구인난을 격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진주=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