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서울시의회 시계탑…희망의 종소리 울린다

현대사 간직한 ‘서울의 눈’
기탁금으로 50년 만에 재탄생
하루 3~4회 활력의 음향 검토
“시민과 동행하는 의회 구현”

기사승인 2023-11-13 07: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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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서울시의회 시계탑…희망의 종소리 울린다
50년 만에 복원된 서울시의회 시계탑.

매년 12월31일, 신년 타종행사를 보려는 사람들로 서울 종로 보신각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기에 모여 종소리를 들으며 희망찬 새해를 함께 맞이한다. 그러면 매일 반복되는 서울의 고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종소리는 어디에서 울릴까? 50년 만에 복원된 서울시의회 시계탑.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보다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서울시회의의 울림이 앞으로 시작될 곳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쿠키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 있는 빅벤에서 시간을 알리는 시계종을 치는 것처럼, 낮 12시 또는 오후 3시 6시 9시 이렇게 시간에 맞춰서 적절한 음향 효과를 내주면 시민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활력을 주지 않겠나. 장기적으로 종소리를 구현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8월말 본관건물에 시계탑을 복원했다. 의회 본관 9층 높이로 우뚝 솟은 사각탑 3면에 총 3개가 설치됐다. 국가기록원에서 건립 당시 설계도면를 찾아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 그러면서도 밤에 잘 보일 수 있도록 자체발광 기능(LED)을 추가했다. 1975년경 사라진 후 반세기 만에 국가등록문화재인 서울시의회 본관의 역사 조각을 되찾은 셈이다.
 
시계탑 복원은 김 의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10여년 전 서울시의회에서 문화관광위원장을 했다. 이런 배경으로 시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 좀 있었다. 시의회 계단벽에 붙어 있는 의회 건물 사진을 유심히 보니까, 탑 꼭대기에 시계가 설치돼 있었다. 그래서 확인해 보려 탑 꼭대기에 올라갔더니, 낡고 녹슬었지만 예전 시계 장치가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시의회 건물을 ‘최대한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계탑의 역사적 활용 가치를 고심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장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시의회는 올해 문화유산 시민단체인 (사)한국의재발견과 함께 ‘서울의 옛 모습찾기’ 일환으로 시계탑 복원을 추진했다. 이후 시의회 내부검토, 서울시 기부심사(6월), 문화재위원 및 서울디자인재단 자문 등을 거쳐, 지난 8월28일 제막식을 갖고 시민에게 공개했다.
 
특히 시계탑 설치에는 시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비용을 신한금융그룹이 흔쾌히 기탁해서다. 의미있는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시민 세금을 절약했다는 점에서 민간 협업을 통한 문화재 보존 관리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복원된 서울시의회 시계탑…희망의 종소리 울린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8월말 의회 시계탑 복원기념 제막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시의회는 시계탑 복원을 시작으로 의회 본관 건물의 업그레이드도 추진하고 있다. 준공된 지 100년 가까이 되면서, 노후화로 공간 활용에서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외관을 변경하면 문화재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본관 건물 신축을 고려하고 있다. 대상지는 중구 서소문 의회 별관이나 옛 미문화원(현 서울시청 을지로청사) 자리가 유력하다.
 
김 의장은 “지난해 의장이 되자마자 시의회 청사 건립 등에 관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아마 연말쯤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 있는 시의회 별관 쪽에 새로운 건물을 건립하거나 옛날 미문화원 자리에 있는 건물을 증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용역) 결과물이 나오면 시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시의회가 생산적인 의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번 시계탑 설치를 계기로 시민에게 좀더 다가서려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시계탑 복원과 연계해 기존 시의회 대형 휘장과 ‘서울특별시의회’라는 사인보드를 철거해 권위적인 의회의 모습에서 탈피, 시민에게 다가가는 의회의 모습을 구현하려 한다”면서 “시의회 슬로건은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다. 시민 바로 곁에서 의견과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하는 의회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사진=서울시의회 제공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