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청년들이 있다 [공백기 인터뷰]

기사승인 2023-12-2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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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청년들이 있다 [공백기 인터뷰]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 상태의 청년이 사회 곳곳에 있다. 니트생활자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 상태(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청년이 사회 곳곳에 있다.

니트 상태가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사람 수 만큼의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의 경중은 없다. 청년의 생애 곳곳에 니트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존재한다. 니트 상태의 청년이 고립될 위험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에 빠진 니트 청년에게 사회적 지지체계는 중요하다.

이번 ‘공백기 인터뷰’에서는 청년 9명의 이야기를 듣고 니트 상태와 고립의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경제적 문제, 단절의 시작

니트 상태 청년과 경제 문제는 뗄 수 없다. 경제적 어려움은 관계를 축소하고 단절시킨다. 청년들은 외출하는 횟수를 줄이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연락을 받기 꺼리고,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고립이 시작된다.

“일단 경제적인게 가장 크죠. 돈이 없어서 사람을 못 만나게 돼요. 전에는 독서모임을 꾸준히 나갔어요. 거기서 수제 맥주를 먹는데 한잔에 8000원인거예요. 그 자리에서 ‘안 먹을래’ 할 수 없으니 먹고 나서 후회해요.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횟수를 줄여나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누군가를 만나는 걸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단절이 돼요.” 니트 청년 A씨

고립이 시작된 후에는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진다. 청년 정책, 관련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기회도 적어진다. 그런 청년에게 가느다란 희망이 된 건 청년수당이다. 이들은 청년수당을 취업 준비, 외부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했다. 청년수당이 고립을 예방하는 하나의 장치가 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였을 때는 청년수당이나 청년 정책 정보를 몰랐어요. 이후 정보를 알게 되어서 신청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사실 저에게 카페를 가거나 커피를 마시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었거든요. 수당 덕에 외출을 하는 게 좋았어요.” 니트 청년 A씨

자각하기 힘든 외로움

단절이 지속되면 내적, 외적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다. 가벼운 외로움이 심각한 우울증이 되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청년들은 고립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외로움의 고통에 대해 인정할 수 있었다. 니트청년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나는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블로그에 쓰면 사람들이 위로를 해줘요. 저는 ‘왜 위로를 해 주지?’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외롭고 힘들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어요. 고립되었다는 걸 빨리 받아들이고 인지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니트 청년 B씨

“되게 고통스러운 날이 있었어요. 너무 고통스러운데 뭐가 고통스러운지 모르겠는 거예요. 목까지 얼음덩어리가 찬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외로움이었어요. 그 때를 돌아보면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 있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큰 의지가 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니트 청년 A씨

흐릿한 존재감, 사회시선으로부터 위축

청년들을 위축시키는 시선은 가족, 지인, 사회에 모두 존재했다. 스스로 ‘식충이’가 되었다고 느끼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기업 취준생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시선이 두려워 집에 자신을 가둔다.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과 자기 비하로 시간을 보낸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자신을 사회에 드러내기 어려워했다.

“퇴사 후 정말 열심히 살았던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러나 이후에 실패했던 경험 탓에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게 두려웠어요. 부정적인 시선이나 비아냥, 조롱을 받을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지인이나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고, 반년 정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니트 청년 C씨

“낯선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했어요. '나를 어떻게 소개하지?'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서 생긴 부정적인 자아상이 있다 보니까 저를 드러내기 싫은 거예요.” 니트 청년 D씨

“엄마도 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점점 무기력해지고 엄마, 아빠 들어올 시간에 맞춰서 뭔가 하고 있는 척을 하는 게 ‘현타’가 오고요. 방 안에 있는 것도 한심하고, 밥을 먹을 때에도 ‘내가 식충이가 되었구나’ 이런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니트 청년 E씨

“대학교 합격 후 잠시 공장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품을 육안으로 검사하는 업무에서 다른 근로자들에게 ‘젊어서 좋겠다’는 식의 눈치를 많이 받았어요. ‘대학까지 들어가서 이런 곳에 오다니’하는 시선도 있었고요. 최근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돈이 필요하니까 다시 공장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 오래 할 수 없었어요.” 니트 청년 F씨

“침대에 누워서 자기 비하를 많이 했죠.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대단한 사람 되는 줄 알았어요. 당연히 ‘난 잘 되겠지 했는데’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 보니 괴리감을 많이 느꼈어요.” 니트 청년 G씨

“내가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저보다 늦게 취업한 친구들은 대기업 가서 안정적인 루트를 타고 있는데 저만 아닌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불안하고요. 돈이 없어서 냉동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니트 청년 H씨

이처럼 청년들이 니트 상태가 되는 것은 정서적, 물리적 고립과 분리할 수 없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 사회적 시선, 니트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노동 구조의 결과로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접근해 본다면, 이러한 노동 구조 속에서도 본인과 사회의 인식만 바꿀 수 있다면 니트 상태로 고립되지 않을 수 있다.

위 기고글은 2023 청년정책의제 연구 2호-청년정책의 미끄러짐과 회복 ‘사회적 지지가 니트 청년의 긍정적 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발췌·편집하였습니다.

니트생활자 admin@neetpeople.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