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성수품 고공행진…정부, 대안 마련 ‘분주’

작황 부진으로 제철 과일 가격 급증
명절 대목 성큼…가격인하 기대 어려워

기사승인 2024-01-09 17: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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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성수품 고공행진…정부, 대안 마련 ‘분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사진=임형택 기자

설 명절을 한 달 가량 앞두고 과일과 계란 등 성수품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대형마트 등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 유통정보 서비스인 카미스(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2만9097원으로 지난해(2만2568원) 대비 28.9% 뛰었다. 배(신고 10개) 가격도 3만3191원으로 지난해(2만6326원)보다 25.8% 상승했다.

이처럼 사과, 배 등 과일값이 급등한 이유는 지난해 폭염, 폭우 등 기상 재해로 작황이 나빠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 가격은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배 등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귤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제주 노지감귤 5㎏당 도매가격은 평균 1만4000원으로 8000원∼1만원 수준이던 지난해 1월보다 50% 가량 비싸졌다.

도매가가 높아지면서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감귤(노지 10개) 가격은 4308원으로 지난해(3323원)보다 29.6% 상승했다. 2019∼2023년 평균값(2903원) 대비 48.3% 높은 수치다.

문제는 설 명절 전까지 과일 가격 안정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과일의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설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생육기간이 짧은 채소와는 달리 과일은 1년 단위로 공급돼 단기간 내 가격이 내려가기 쉽지 않다. 물량 부족에 명절 수요까지 급증할 경우 가격 오름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일 뿐만 아니라 계란도 최근 한 달 간 가격이 급등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계란 한 판(특란 30구) 평균 소비자 판매가는 7012원으로 7000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월 대비 13.4% 상승한 수준이다.

계란은 지난해 지속적인 가격 불안으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11월 하순 7000원을 넘나들다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에도 12월 중순까지 폭등세 없이 60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연말 수요 증가와 폭설 등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새해 들어 7000원을 넘어섰다. 평년(5924원)과 비교하면 18.4% 비싸고, 물가 상승폭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5.3% 높다.

설을 앞두고 식품 물가가 치솟자 정부도 대응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설 명절 전까지 계약재배 물량을 최대한 풀겠다고 밝혔다. 가격이 급등한 과일은 최대 20~30%를 낮추는 등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존 가공용으로만 활용했던 못난이 과일(비정형과)도 출하한다.

계란의 경우 고병원성 AI 확산 여파로 수급 불안이 생길 가능성을 대비해 미국산 신선란 112만개를 이번주부터 대형마트에 공급할 예정이다.  

대형마트들은 협력사들과의 사전 기획, 추가 산지 물량 확보, 자체 비축 등을 통해 가격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물량을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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