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ELS 책임 압박’…은행들 ‘판매중단’ 만지작

하나·농협은행 ELS 상품 판매 중단…KB·우리 중단 검토
금융위·금감원장, 정무위서 제도 개선·판매 중단 논의
ELS 피해자, 은행들 은행법 1조 위반 지적… 손실배상 주장

기사승인 2024-01-31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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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오는 ‘ELS 책임 압박’…은행들 ‘판매중단’ 만지작
홍콩H지수 ELS 상품 손실액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판매 금지 및 손해 배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진행된 투자자들 시위 모습.   연합뉴스 제공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은행의 ELS 판매 중단까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은행들은 하나 둘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결정한 ELS 판매 중단 권고를 받아들여 ELS 상품 판매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추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품 판매 시기는 미정이다. 하나은행은 추후 시장 상황을 확인한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거쳐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ELS 전격 판매 중단은 지난해 10월 농협은행의 조치에 이은 두 번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홍콩H지수를 포함해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다른 은행들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닛케이225지수가 포함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다만 아직까지 전체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장 ELT, ELF등 상품을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고객 입장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이와 함께 소비자보호도 계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ELS 판매 중단과 관련해 검토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히 니케이 고점 우려가 있어, 배리어를 낮춰서 판매 중”이라며 “니케이 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서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여오는 ‘ELS 책임 압박’…은행들 ‘판매중단’ 만지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이처럼 은행들이 연이어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한 층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ELS 판매 중단 목소리에 강한 공감과 판매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ELS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2월 중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가 끝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19년 시행된 후 3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을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풋옵션 매도가 위험하다는 데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 검사 결과 봐서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며 “ELS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은 다 위험하다. 종합적으로 여러 측면을 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ELS를 아예 금지할 계획이 있냐는 질의에 대해선 “금감원 검사 중인데, 검사 결과 분석한 뒤에 얘기하겠다”며 전면 금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들은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에 원금 보장과 손실 배상을 주장했다. 홍콩 H지수 ELS 피해자들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H지수 기반 ELS 피해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은행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믿고 찾아간 예금자들에게 은행이 팔지 말았어야 할 위험한 상품을 판매했다며 은행법 1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은행법 1조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위험한 파생상품 판매가 은행의 공공성을 규정한 1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홍콩 지수 ELS 피해자 모임’의 길성주 위원장은 “은행들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들을 기만했다”며 “빠른 속도의 기계음을 활용해 안내하고 부당하게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은행권의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ELS 상품의 불완전 판매로 인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자금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사태는 은행의 위법적이며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행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금융소비자로서 금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ELS 판매 금융사가 심각하게 침해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소비자로서 권리를 되찾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금융사로부터 원금 보장은 물론이고 손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받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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