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의 전쟁 선포한 여야…휴가냐 돈이냐

여야 모두 전담부서 설치 약속
국힘,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민주, 신혼부부 10년 만기 1억원 대출
‘과감함 부족’ 지적도

기사승인 2024-02-12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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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의 전쟁 선포한 여야…휴가냐 돈이냐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결혼하면 1억”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꾸준히 밀어붙였던 공약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하면서 여야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획기적인 저출생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휴직제도’에 초점을, 야당은 수당 및 세제혜택에 집중하며 정책대결을 펼쳤다.

여야 모두 공통적으로 '전담부서 설치' 및 '육아휴직 보장제도 확대'를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인구위기 대응부 설치를 내세웠다.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육아휴직이 시작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야는 분야별 정책도 골고루 내놨다. 수당 및 세제혜택, 휴직제도, 돌봄지원 모두 전격 확대하는 방향의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세부적인 대책 방향성은 달랐다. 국민의힘은 휴직제도 여건을 확대시키는 데 주력했다. 먼저 유급 '아빠 휴가'(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 월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인센티브를 지급, 현행 80만원에 해당하는 대체인력지원금을 2배 인상한다.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워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될 땐 '육아 동료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돌봄지원 분야에 대해선 초교 3학년까지 자녀가 아프거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자녀돌봄휴가'(연5일)을 신설,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을 배우자에게도 허용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원 대상자에게 직접적인 재원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하고, 첫 자녀를 낳으면 무이자로 전환한다. 둘째가 태어나면 이에 더해 원금을 5% 깎아주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한다는 구상이다. 또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을 현행 7년 차에서 10년차로 늘리고 자녀 출산 시 공공임대 방식으로 주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돌봄지원 분야로는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가정에 '우리아이 키움카드'(8~17세 자녀 1인당 월20만 원의 아동수당 지급), '우리아이 자립펀드'(정부가 0~18세까지 매월 10만원을 펀드 계좌에 입금) 등도 마련했다. 

여야가 제시한 저출생 대응 공약은 과거에 비해 과감해졌고 구체적이다. 최근 정부도 저출생이 일회성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강조한 만큼 여야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획기적인 대응책을 내놓게 됐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공약 모두 ‘재원 마련’ 한계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지만, 여야 모두 “재원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발표한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국민의힘은 연간 3조원, 민주당은 28조 원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낸 저출생 공약 모두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원마련 한계보다도 정책 자체가 미흡하다며 ‘이 보다 더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자식을 이미 키우고 있는 가정들에게도 복지 혜택을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선용 공약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하게 저출생 해법을 내고 그 약속을 지키려면 자식이 이미 있는 부모에게도 돌봄 혜택 등을 주는 공약을 내서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말 말도 안 된다’ 할 정도의 과감한 정책을 내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까 말까다. 여야가 낸 수준의 공약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출산과 양육에 도움 되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생 현상을 완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해야될 정책은 출산율 2배, 3배 올리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정말로 결혼하기 좋은 환경, 아이 낳아서 키우기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되는 게 돌봄과 관련된 시간과 서비스와 비용 지원이다. 현장에서 저출산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일가정 양립’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공약을 냈고 설 지나면 청년 정책 관련해서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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