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제3지대’ 총선 빨간불…“당 정체성 문제”

국민의힘 “빅텐트 선거공학…중도층 설득 어려울 것”
민주당 “분열의 모습 새 정치·개혁 보기 어려워”
최요한 “제3지대 통합…‘당 정체성’ 갈등”

기사승인 2024-02-23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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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제3지대’ 총선 빨간불…“당 정체성 문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제3지대가 총선을 40여일 남기고 분열됐다.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개혁신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하고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정치권은 제3지대의 분열로 총선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거대양당은 23일 빅텐트의 붕괴가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3지대가 동력을 많이 잃었다. 빅텐트가 선거공학적인 부분이 있다”며 “갈등을 노출한 제3지대가 혁신과 새 정치로 중도층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제3지대가 분열되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며 “이낙연 대표가 쫓겨나는 모양새로 갈라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모였지만 분열의 내막을 보면 새 정치나 개혁을 위해 모인 것인지 싶은 모습”이라며 “무당층과 중도층을 흡수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앞서 ‘개혁신당’은 한국의희망, 새로운선택,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이 모인 제3지대 빅텐트였다.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모였다는 출사표를 던졌지만 열흘 만에 갈라서게 됐다.

지난 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정책 캠페인’ 전권 위임을 두고 고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는 항의 끝에 회의에서 중도 퇴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중도퇴장 후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만들어 여기에 (권한을) 위임해달라고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며 “선거운동 전체를 누가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 개인에게 맡기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반발은 합당 과정에서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겠다는 약속과 관련이 있다. 총선·정책 캠페인 전권 위임이 이뤄질 경우 이낙연 공동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 권한에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찢어진 ‘제3지대’ 총선 빨간불…“당 정체성 문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임현범 기자

이뿐만 아니라 합류 인사에 대한 갈등도 발생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두고 개혁신당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공고히 했다. 개혁신당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경고를 남겼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주류가 될 수 없다”며 “배 전 부대표는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이준석은 혐오주의자라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또 새로운미래와 갈라서기 전 받은 ‘정당 경상보조금’ 6억6654만원도 발목을 잡았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 공동대표가 빠져나가면서 보조금 규모가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보조금 사기’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제3지대 총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균열이 발생한 만큼 양당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을 운영하는 비용이 상당해 돈 문제가 발생하면 유지하기 벅차다고 전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제3지대의 균열에 핵심은 ‘당 정체성’이다”이라며 “선거·정책 캠페인에 ‘당 정체성’이 담기는 만큼 전권 위임을 두고 양측이 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류 전 의원과 배 전 부대표 등 페미니즘 문제도 기존 개혁신당과 ‘당 정체성’이 달라 발생하는 파열음”이라며 “이준석 공동대표가 기존 지지층에 영향이 있어 대응했지만 대안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총선을 치르고 정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 문제는 작게 볼 수 없다. ‘정당 경상보조금’ 반환 문제는 계속해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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