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KT&G 대립 심화…향방은 ‘주총 표대결’

기업은행 후보에 FCP·ISS 합세
외인·국민연금 표심 ‘캐스팅 보트’

기사승인 2024-03-19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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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KT&G 대립 심화…향방은 ‘주총 표대결’
(왼쪽)IBK기업은행 사옥과 (오른쪽)KT&G 사옥.   각사 제공

신규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KT&G가 난관을 만났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최대주주 IBK기업은행이 반기를 들면서다. 여기에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기업은행 손을 들면서 사장 선임 여부에 불확실성이 커진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방경만 수석부사장 등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KT&G의 최대주주(지분 의결권 기준 약 8%)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손동환 이사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이고, 나머지 두 후보는 현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자 대표 선임에 반대하는 이유로 “방 후보자의 수석부사장 재임 기간에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KT&G는 “방 후보자의 사내이사 선임(2021년) 이후 핵심사업분야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하고, 2020~2022년까지 궐련담배 수출과 전자담배(NGP) 수출 부문 합산 약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반박한 상태다.

FCP도 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나섰던 이상현 FCP 대표는 이달 초 사퇴하면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KT&G 대립 심화…향방은 ‘주총 표대결’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KT&G 제공.

여기에 ISS도 방 후보자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KT&G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한 기업은행과 FCP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ISS는 지난 15일 KT&G 측이 함께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곽상욱 감사위원 등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자 선임 안건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KT&G가 지속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주주들이 손 후보자에 대해 지지표를 결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ISS 보고서는 곧 다가올 KT&G 주총에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T&G의 2대 주주는 미국 투자 기관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이며, KT&G 외국인 지분율은 무려 43%에 달한다. 국내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 표심이 기업은행 측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캐스팅 보트는 외국인에 더해 3대 주주인 국민연금(6.64%)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ISS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방 후보자는 낙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T&G 이사회는 ISS 보고서에 즉각 입장문을 내 ‘ISS와 FCP 간 공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ISS 분석은 상당 부분 FCP가 제공한 사실과 다른 데이터와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며 “신뢰성이 결여된 데이터에 기반한 FCP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사실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협의한 것은 없었지만 반대 입장을 밝힌 뒤로 행동주의 펀드 쪽에서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며 “이번 주주총회의 경우 기업은행 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무리한 사항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G의 반발에 대해 “KT&G의 최대 주주로서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말라는 것은 오히려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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