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로봇시장 투자나선 삼성·LG전자…국내 판 키운다

- 삼성전자, 20일 주총서 로봇전문가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
- LG전자, 美 물류전시회서 상업·산업 로봇 라인업 대거 선보여
- “대기업 진출로 국내 로봇시장 커질 것” 관측도 나와

기사승인 2024-03-20 06: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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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로봇시장 투자나선 삼성·LG전자…국내 판 키운다
삼성전자 모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CES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AI 컴패니언 ‘볼리(Ballie)’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 강화에 나섰다.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로봇 시장이 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삼성전자는 주주총회를 열고 조혜경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로봇 전문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한국로봇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조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 로봇 사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지난 2021년 태스크포스(TF)에 머물러 있던 로봇사업을 DX부문 상설 조직으로 변경했다. 해당 부서에서 주로 삼성전자의 로봇사업 청사진이 만들어진다. 보행보조 로봇 ‘봇핏’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용자가 착용하면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웨어러블 제품이다.

로봇사업팀에서만 로봇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서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볼리’를 선보였다. 볼리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일상생활을 돕는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이동 가능하며,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는 네이버와 협업, 차세대 로봇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솔루션을, 네이버는 OS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담당해 하나의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에 통합 구현한다는 것이다.

향후 M&A를 통해 몸집을 불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난해 8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2대 주주이지만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분을 확대 경영권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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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클로이 캐리봇이 물류 창고에서 활동 중인 모습. LG전자 

LG전자도 로봇 산업 상용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로봇사업에 있어 다각화 전략을 시행 중이다. 여러 본부에서 분야에 맞는 다양한 로봇을 기획, 연구·개발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H&A 본부에서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등 가정용 로봇을 선보였다. 비즈니스솔루션(BS)본부에서는 물류와 배송을 돕는 상업용 로봇을, 생산기술원 등에서는 스마트팩토리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을 생산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1일부터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북미 최대 물류 전시회 ‘모덱스’에 참가, 상업용 및 산업용 로봇 라인업을 대거 선보였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품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캐리봇을 비롯해 인간의 팔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하는 수직다관절로봇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등이 전시됐다. 물류 전시회에서 단독 부스를 꾸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LG전자의 로봇 사업이 준비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투자도 꾸준하다.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로보티즈와 로보스타, 엔젤로보틱스 등 중소 로봇 업체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통 큰 투자도 있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한화 약 800억원 규모)를 투자, 지분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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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로봇 사업 분야별 로봇 매출 현황.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대기업의 로봇 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로봇 시장은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기준 로봇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관련 사업체 수는 2509개사다. 이중 대기업은 0.5%에 불과한 12개사다. 중소기업은 2470개사로 98.4%를 차지한다. 매출액은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20년 5조4736억원에서 2022년 5조8933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매출액 50~100억원 미만 사업체의 로봇 매출이 전년 대비 43.5% 증가했다. 로봇 사업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대기업 진출과 투자 등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산업용 로봇에서 벗어나 상업과 개인비서 등 일상에 가까운 로봇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로봇 시장 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기업의 로봇 산업 지출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기존 로봇 산업 시장의 중소기업과 MOU 등 협력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 산업의 규모 자체가 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라 핵심인력 양성과 기술 확보, 전문 기업 육성 등이 지원되고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로봇 산업이 보다 더 확산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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