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쏟아진 ‘불편한’ 질문…실적·인사·제품 집중

-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개최…재무제표·사외이사 선임 가결
- 주요 경영진 총출동, 주주와의 대화…반도체 부문에 질문 몰려
-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성토도…한종희 “M&A 관련 진척 중”

기사승인 2024-03-20 12: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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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쏟아진 ‘불편한’ 질문…실적·인사·제품 집중
삼성전자는 20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이소연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실적 개선을 촉구하는 주주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20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600여명의 주주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 원안대로 가결됐다.

안건 상정 후,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김용관 의료기기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역대급 적자를 냈던 DS 부문에 질문이 몰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5600억원이다. 지난 2022년 43조3800억원에 비해 84%나 줄었다. DS 부문 적자는 총 14조8700억원에 달한다.

한 여성 주주는 반도체 사업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이유와 개선 가능성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경 부문장은 “업황도 있고 준비를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근원적 경쟁력이 있었다면 사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근원 경쟁력을 회복해 시황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겠다. 올해 잘 준비해서 올해,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주주는 앞서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삼성전자 또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산을 하지 않는 등 출혈경쟁을 했다는 지적이다. 경 부문장은 “전략적인 투자와 생산관리 등의 말씀에는 공감한다”면서 “‘다운턴’ 때 투자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때 하지 못하면 ‘업턴’ 때 이익을 보지 못한다. 제품 경쟁력 우위를 달성해 좀 더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총 쏟아진 ‘불편한’ 질문…실적·인사·제품 집중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에서 주력하고 있는 갤럭시 AI 등 모바일 제품 관련 질문도 나왔다. 갤럭시 AI를 갤럭시 S22 이전 버전에 적용할 계획이 있는지, 롤러블폰 개발 계획이 있는지 등이다. 노 부문장은 “갤럭시 AI는 하드웨어 성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드웨어에서의 제약을 감안하기 위한 굉장히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많은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롤러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은 완벽하게 준비되기까지 많은 연구와 특허 확보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여러 부분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선행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한 남성 주주는 SK하이닉스의 주가와 비교하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너무나 저평가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회장은 “당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M&A 관련해 많은 사항이 진척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남성 주주는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을 언급하며 임원진을 질타했다. 그는 “이 회장님께서는 실적 위주의 경영을 했다. 이 회장이 계셨다면 임원분들이 지금 자리에 앉아계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주 100만명이 작년 대비 떠났다. 사퇴하실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주주로 참석한 네덜란드 연기금 운영기관 APG 관계자도 향후 CEO 선정 기준에서 안정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에 대해 질의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말 인사 폭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주총 쏟아진 ‘불편한’ 질문…실적·인사·제품 집중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에 대해 질문도 있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복지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쟁의 찬반투표를 실시,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 투표율 80%를 넘겼다. 사상 최초로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부회장은 “성실하게 소통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파업이 이뤄질 경우, 노동관계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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