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너무 높았나...보험사 배당성향 주춤

주주환원 기대감↑
보험사 배당성향은 하락
금감원 권고와 해약환급준비금 영향

기사승인 2024-03-21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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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너무 높았나...보험사 배당성향 주춤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기대가 높은 보헙업권의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올렸다. 다만 보험사의 주주환원은 투자자 기대에 못미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일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21일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삼성생명이 22일에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이 주총을 연다. 

먼저 전날 개최된 삼성화재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에 대해 승인이 이뤄졌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조82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12% 개선된 실적이다. 이날 승인된 배당금 총액은 680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만6000원, 우선주 1만6005원으로 결정됐다. 배당금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배당 성향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뜻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중 얼마만큼 주주에게 돌려줬는지 나타내는, 기업의 배당 의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삼성화재 배당 성향은 37.3%로 전년(45.8%)보다 낮아졌다. 삼성화재 배당 성향은 △2019년 56.2% △2020년 49.6% △2021년 45.5%로 내림세다.

현대해상은 배당금 총액을 지난해 약 1541억원에서 올해 약 1618억원으로 늘렸다. 현금배당도 지난해 보통주 1주당 1965원에서 2063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배당 성향은 26.8%에서 26.6%로 줄었다. DB손해보험 배당 성향도 28.1%에서 18.2%로 떨어졌다.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 한화생명은 주주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배당 성향 18.3%로 2019년 수준(20%대)에 못 미쳤다. 

보험사가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1월 보험사를 불러 모아 과도한 배당 자제를 당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실적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금감원은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나친 성과급과 배당은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약환급준비금도 무시할 수 없다. 해약환급준비금은 IFRS17 도입으로 새로 신설된 회계 항목이다. IFRS17으로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게 되면서, 부채가 줄고 이로 인해 잉여금이 과도하게 배당금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설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10개 상장 보험사의 해약환급준비금은 총 12조7873억원에 달한다. 해약환급준비금이 커지면 그만큼 주주가 배당받을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보험주 주가 상승에는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 증가 폭보다 해약환급준비금 증가 폭이 현저히 큰 탓에 보험사들의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해 주주환원 강화를 주문할 수 있는 방편이 확대됐고 정부와 당국이 배당소득세 감면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는 중이지만, 그 자체로 주주환원 여력 감소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가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약환급준비금 적립 완화와 경제적 가정 변경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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