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시작에도 “못 받아들여”…3일만 5천명 동의

하나·우리 이어 국민 15일부터 절차 안내
농협·SC는 아직 준비 중
“협상 아닌 통보” 가입자 반발
국회 국민동의청원 올리고 동의 독려

기사승인 2024-04-14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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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배상 시작에도 “못 받아들여”…3일만 5천명 동의
국회 국민동의청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자율배상을 진행하는 은행이 하나 둘 늘고 있지만 은행과 가입자간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분재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가입자 청원글은 올라온 지 3일 만에 5000여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국민은행 15일부터 시작…농협·SC 준비 중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H지수 ELS 손실 배상 고객 전원에게 자율조정 안내를 시행한다. 안내 대상은 홍콩H지수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로 만기상환 계좌 △만기 미도래 계좌 △녹인 발생 전·후로 중도해지된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다.

국민은행은 계좌별 만기가 도래해 배상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자율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고려해 KB스타뱅킹 앱을 이용한 비대면 자율조정 진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ELS 상품 만기가 시작하면서 12일부터 배상 절차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에게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상품의 만기일 이후 10영업일 이내에 배상 관련 안내문자를 발송해드릴 예정”이라며 “정확한 배상금액은 만기 후 고객님께서 제출하시는 서류 확인 후 산정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총 413억원 중, 이번에 손실률 약 45%(지난 9일 종가 기준)가 확정된 만기 도래분은 43억원 수준이다.

자율배상을 이미 시작한 은행도 있다. 가장 먼저 배상이 성사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자율배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개별 배상안을 일부 투자자에게 알렸고, 이 가운데 배상안에 동의한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H지수 ELS 만기 도래로 손실이 확정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상대적으로 일찍 배상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에 약 10명의 H지수 ELS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사회 자율배상 의결 후 엿새만의 배상 실행이다.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시행을 결정했으나, 아직 배상 실행에 나서지 않은 곳은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ELS 손실 고객에 대한 자율배상 추진을 결의했다. 농협은행 측은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손실배상에 대한 경험이 없다”며 빨라도 내달 중순에나 배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 역시 배상 절차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반발 여전…일방적 배상액 통보 

자율배상 진행에도 ‘전액배상’을 요구하는 가입자 반발은 여전하다. 은행과 가입자간 배상비율 놓고 협상하는 방식이 아닌, 정해진 배상액을 통보받는 방식이 가입자 반발을 더 불러오고 있다. 은행이 제시한 배상액에 동의하지 못하는 가입자는 소송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서류, 증거 등을 모아 온 가입자들은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한 홍콩ELS 가입자는 “은행이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나이·금액·가입횟수 등을 감안해 배상비율을 결정해 지점에 안내하고, 고객이 여기에 동의하고 서명하면 계좌로 배상액을 넣어준다는 설명을 은행 직원에게 들었다”면서 “서류상 조작,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한 증거가 있어도 배상액이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소송에 갔을 때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회 국민청원동의에도  금감원의 H지수 ELS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지난 9일 올라왔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간 5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로 회부된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글에는 12일 기준, 약 5000명이 동의했다. 가입자들은 국민동의청원 동의 숫자를 빠르게 늘리고,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청원인은 “열심히 살며 모아온 돈이 은행 직원들에 속아 하루 아침에 반토막 난 것도 모자라 원금 배상은 커녕, 차등배상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를 하는 행위”라며 “대출 받아 코인으로 돈 날린 청년들의 빚은 없애주지 않았나. 부당함을 바로 잡고 원금만이라도 보상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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