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세사기 피해자 입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5-09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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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세사기 피해자 입니다” [쿠키인터뷰]
세상을 떠난 전세 사기 피해자들 추모하는 모습. 김우영(가명)씨 제공

“하루하루 싸움입니다. 매일이 나 자신과 싸움, 정부, 공인중개사, 법 등과 싸움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계속 싸워 사기당한 전세보증금을 되찾을 생각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 김우영(가명)씨는 8일 인천 미추홀 인근에서 쿠키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우영씨의 삶은 전세 사기 이후 매일 무언가와 싸우는 삶으로 바뀌었다. 사기당한 전세금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검은 마스크를 끼고 거리에 나온 이유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 건축왕 남모씨 사건 피해자다. 김우영씨는 “2022년 1월 부동산을 통해 9000만원에 전세를 계약하고 3월 초에 입주했는데 같은 해 6월 말 거주 중인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조직적인 사기였다”라며 “남씨 일당이 50명이 넘는다.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데 어떻게 안 당하냐”라고 반문했다.

김우영씨는 보증금 9000만원 중 일부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우선 수령할 수 있는 최우선변제권이 있으나 김씨는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씨는 해당 집에 2022년 계약 후 주민등록전입, 확정일자, 주택의인도까지 마쳤지만 법은 근저당이 설정된 2015년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소액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권 기준은 8000만원이다. 김씨는 보증금은 9000만원으로 단 1000만원 초과로 인해 보증금을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7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으나 이는 보증금 30%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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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가명)씨 

보증금은 대출과 현금 자산을 끌어모은 돈이었다. 거주 3개월 만에 전세 사기에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김씨의 일상을 무너트렸다. 김씨는 “전세 사기 인지 후 2~3개월은 그냥 멍했다”라며 “몇 년을 산 것도 아니고 불과 4개월 만에 사기를 당했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전국대책위회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1년간 회사와 활동을 병행하다 지난해 5월 말 공황장애, 우울증, 번아웃 증세로 회사를 퇴사했다”라고 밝혔다.

함께 전세 사기 피해 극복을 위해 힘쓰던 동료이자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은 또다시 김씨의 일상을 무너트렸다. 김우영씨는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미추홀 일대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세상을 떠났다”라며 “우울증을 앓던 시기 소식을 들으며 무기력증에 빠졌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김씨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었다”라며 “살기 위해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했지만 지난해에는 모든 걸 다 놓고 싶다는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 대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또다시 세상을 떠났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사망은 8번째다. 고인은 대구 남구 대명동 한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 사기를 당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간 뒤 이의신청을 한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야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나는 전세사기 피해자 입니다” [쿠키인터뷰]
김우영(가명)씨 제공

김우영씨는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이 빨랐다면 슬픔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명한 전세 사기 피해자인데 어떤 조건 하에 누구는 인정받고 누구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부터 피해자 인정을 해줬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며 “피해자 인정 후에도 조건에 따라 지원을 받고 못 받고 나뉜다. 이런 제한을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분들이 안 좋은 선택을 안 하면 좋겠다”라며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상황도 좋지 않다. 다음 달 김씨가 거주 중인 집이 경매에 들어간다. 그는 경매를 준비 중이지만 경매를 위해서는 현금 자본이 필요하다. 김우영씨는 “자금 때문에 경매일정을 미루고 있는데 최대 6개월 남았다”라며 “법원 감정가의 50%인 1억~1억2000만원에 낙찰받을 수 있지만 기존 보증금까지 합치면 1억9000만~2억1000만원에 집을 매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매가 끝이 아니다. 경매 이후 배당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매 이후에는 배당 문제는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싸울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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