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빛바랜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4-07-05 06: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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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빛바랜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자수첩]
“빚더미 때문에 빛바랬다.”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한 해 농사를 평가하는 경영평가 결과 공개 후 에너지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해 경영평가 중 에너지 분야에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전기·가스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처한 상황은 비슷하나 한전이 전년 D등급(미흡)에서 B등급(양호)으로 두 단계 상승한 반면, 가스공사는 전년 C등급(보통)에서 D등급으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영평가 항목 중 재무 상황과 실적 개선의 비중을 높게 평가함에 따라 지난해 세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이 있었던 한전은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하며 등급이 상승했지만, ‘난방비 대란’을 우려해 지난해 5월부터 민수용 가스요금을 동결해온 가스공사는 등급이 떨어진 것이다.

다양한 경영평가 기준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 유무가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상대적으로 공공요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은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 6곳이 이번 평가 최고점인 A등급(우수)을 받으면서 크게 약진한 것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두 기관 모두 막대한 규모의 부채·미수금을 몇 년 전부터 떠안고 있으며, 각각의 여러 자구노력 또한 이어왔다. 심지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하에 ‘에너지 공기업 경영혁신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해 한전·가스공사·석유공사 등 12개 에너지 공기업이 총 11조9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성과를 달성, 목표치를 144% 초과 달성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평가 결과는 상이했다. 국제 정세 불안·물가 상승 등 요인으로 정부가 국민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이어온 행보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경영평가 결과를 도출하려 했다면 확실한 예외 기준을 마련하거나 요금 동결에 따른 완충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했어야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공재를 팔아오면서 재무 상태까지 건전하길 바랄 수 있을까. 또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반대로, 부채·미수금에 가려진 평가등급으로 인해 ‘알 권리’를 가진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진짜’ 한 해 농사의 종합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따르면, 경영평가 제도는 매년도 경영 노력·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공성 및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국민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평가 과정에서 공정·객관성을 확보할 환경이 형성됐는지, 결과적으로 이에 따른 대국민서비스 고도화가 이뤄졌는지 정부가 다시 자평해볼 시점이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