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기억의 밤' 김무열 "'배우들은 정신병자'라는 말 공감돼... 연기 어렵다"

기사승인 2017-11-27 16:26:51
- + 인쇄

[쿠키인터뷰] '기억의 밤' 김무열

영화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의 유석(김무열)을 설명하려면 영화의 주요한 반전을 알릴 수밖에 없다. 이 반전은 단지 착한 사람인줄만 알았던 유석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갈등을 내포한다. 그렇기에 많은 것을 미리 알릴 수는 없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 또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스포일러”라며 난처하게 웃었다.

“영화 자체는 관객들에게 기시감을 주는 뼈대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 이야기가 뒤바뀌고, 퍼즐을 맞춰 나가는 과정은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리고 제가 맡은 유석의 정서가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흥미로워요.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유석을 보고,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의 밤’은 충격적인 반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반전 이후의 과정은 관객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김무열은 영화의 재미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뻔한 반전이지만, 사건을 맞춰 나가는 재미가 독특하다는 것. 퍼즐 게임을 모두와 함께하는 이유는 모두 아는 그림을 맞추기 위해서다. ‘기억의 밤’이 가지고 있는 재미적 특성도 그와 같다고 표현하면 적확할 것이다. 

“물론 제 연기에 국한해서 본다면 만족스럽진 않아요. 저는 제 작품을 만족하면서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저 자신에게는 좀 가혹한 편이거든요.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제 단점만 보고, 못 한 부분만 보여서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절 위로하기 일쑤예요. 자괴감까지 들죠.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한 해 한 해 나이는 먹고, 커리어는 쌓여가는데 더 잘 할수는 없을까?’ 싶어요. 근본적인 스트레스라서 해결책도 요원하죠. ‘잘 한다’의 객관적 기준선도 없으니까 자꾸 제 문제점만 찾게 되고요. 하하.”

김무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기는 유행에 극도로 민감한 예술 중 하나다. 송강호를 필두로 한 극사실적인 연기가 지금 대한민국 연기자들의 큰 유행이고, 점점 더 사실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극장과 대극장 연기가 달랐고, 영화와 연극 연기가 전부 달랐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무열은 그런 유행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극적 이해를 동반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심으로 연기를 하느냐라고 생각해요. 그게 너무 모순적이죠. 사실은 거짓이잖아요, 연기는. 세상에 없는 것을 연기해내기 위해서 그 캐릭터의 진심을 알고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정말 어려워요. ‘배우들은 정신병자다’라는 말이 공감될 정도라니까요.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서 몰두하고, 몰입하고, 그 사람인 것처럼 울고 웃는 게 신기해요. 그렇지만 그래서 재미있어요. 저는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캐릭터의 가면을 쓰면,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카메라든 떨리지 않아요. 신기하죠.”

“10대 때 연기를 처음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가 재미있고 계속해서 좋아요. 그거 하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아요. 아무리 힘들고 외적 스트레스가 있어도 연기할 때는 행복해요. 물론 변한 부분도 있죠. 10대에는 철이 없었고, 20대에는 어느 때보다 강박과 열정이 넘쳐났어요. 지금은 연기를 할 때 조금 더 여유있어진 것 같아요. 연기 속에서 절 조금씩 찾을 수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40대의 제가 기다려져요. 그 때는 제게 더욱 집중할 수 있겠죠.”

‘기억의 밤’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