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소통창구 청와대로…외상센터 등 현안에 즉각 응답

국민 청원에 ‘응답하라’ 청와대 지시에 복지부 “지원방안 검토”

기사승인 2017-11-29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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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정책의 소통창구가 청와대로 바뀌는 모양새다. 이러한 모습은 정부기관에 비해 청와대에 청원을 제기했을 때 즉각적인 제스처가 취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들은 보건복지 현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나 관련 산하기관과 소통했다. 소통이라기보다는 질의응답 수준에 그쳤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민 청원에 응답하라고 지시하면서 많은 하소연이 청와대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한달 안에 20만명 이상 청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관련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 소통창구 청와대로…외상센터 등 현안에 즉각 응답
국민청원 홈페이지(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를 보면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겠습니다.”라고 돼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등 보건의료당국은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청와대에 청원으로 올라온 권역외상센터 문제점 지적에 대한 조치다.

지난 석해균 선장에 이어, 이번 귀순 북한병으로 인해 권역외상센터의 어려움이 드러났고, 의료계를 중심으로 권역외상센터 지원에 대한 청원이 줄을 이은 것이다. 중증외상 전문 진료체계 구축에 배정된 2018년도 예산은 약 4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약 40억 삭감된 상태다.

이러한 변화 기조에 정치권도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역외상센터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등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높은 치료비에 비해 소득이 낮은 환자들로 인해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배제되어 왔다. 시장논리에서 소외된 권역외상센터는 국민들을 위해 우리 국회와 정부가 지원했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외상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해 10만명에 달하는 중증외상환자들의 생명권을 위해 국회도 여야 할 것 없이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권역별 중증외상센터 지원예산 증액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당은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은 올해보다 8.9%, 39억2000만원이 줄어든 400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획재정부가 기존 예산 가운데 다 쓰지 못한 불용액이 100여억원 정도 있다는 점을 들어 증액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불용액이 많아진 이유는 중증외상센터 전문의를 하려는 의사가 지원을 하지 않아서 채용을 하지 못함으로서 생긴 일”이라며, 보건복지부 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는 매년 10만 명 이상 생겨나고 있지만 진료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예방 가능 사망률’(사망자 중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생존할 수 있는 비율)이 무려 35.2%에 달한다. 사망자 3명 중 1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료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라며 권역별 외상센터 지원예산을 국회 예결위 과정에서 증액하고 보건복지부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청원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낙태죄 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입장을 발표했지만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오히려 논란을 확대시켰다.

지난 26일 조국 민정수석은 “낙태죄 폐지 청원은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은 물론,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의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지난 9월30일 게시 이후 한 달 만에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주제로 오늘은 낙태라는 단어 대신에 모자보건법이 사용하고 있는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사안에 민감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 사건이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법 개정을 담당하는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러한 사회적·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두리뭉술한 답변에 정의당은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오늘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여성의 자기 신체결정권과 건강권 보호가 이번 청원의 근본적 취지라는 점, 남성과 국가의 책임을 확인한 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임신중절 등이 현행법상 범죄라는 점을 확인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확인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실태 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는 일견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번 국민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즉각 ‘응답하라’는 지시는 향후 국민소통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나 주무부처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낙태 청원과 같이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