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박근혜 독단 결정으로 중단…“통일부 반대도 묵살”

기사승인 2017-12-28 13: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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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박근혜 독단 결정으로 중단…“통일부 반대도 묵살”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따라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는 28일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대북정책의 점검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이날 “지난 정부의 발표와 달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해 2월8일 박 전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확인했다”며 “NSC는 사후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대응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열렸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의된 방침으로 알려졌었다. 

혁신위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발표 직전인 지난해 2월7일과 2월10일 NSC가 열렸다. 그러나 7일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튿날인 8일 오전,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였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은 이날 오후 개성공단 철수 관련 세부계획을 마련한 후 10일 철수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주요 근거였던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가 없이 청와대의 주장으로 삽입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가 참고한 정보기관의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것이다.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중단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행정행위가 아닌 이른바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해당 조치는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상 긴급처분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사업 취소 등 적법한 절차가 아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만 이뤄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통일부의 반대 의견도 묵살된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위는 “통일부는 갑작스럽게 공단 운영을 중단하면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그러나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동중단 직전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해있었다. 해당 기업에 고용됐던 북측 근로자 5만3000명과 남측 근로자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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