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없다” 연예인 수명 연장 SNS 가이드 5

기사승인 2018-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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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NS 안 하세요?”

SNS(Social Network Services)를 이용하지 않는 연예인들이 있다. 배우 강동원, 공유, 박해진, 박보영 등이 그렇다. 이들이 SNS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나하나 듣다보면 모두 이해할 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연예인에게 SNS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걸. 혹시 모를 사건사고의 상당수가 SNS에서 일어난다는 걸.

그럼에도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SNS를 하고 있다. 사고의 위험성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오해나 루머에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SNS를 즐기고 활용하는 방식은 인구수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어렵다.

기왕 할 거라면 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최근 SNS 관련 논란이 유난히 많았다. 논란을 거꾸로 뒤집어 이렇게 하면 별 문제없이 SNS를 할 수 있다는 가이드를 적어봤다.


[기초] 허락 없이 타인의 사진을 올리지 말자

배우 이엘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SNS에 배우 김재욱의 사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연극 '아마데우스'에 함께 출연 중이다.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이 맞는 동료와 친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가 상의를 벗고 대기실에 잠들어 있는 사진을 몰래 찍는 건 어떤가. 누군가는 기분 나빠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 그 정도는 이해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타인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엘이 SNS에 해당 사진을 올리자 곧바로 두 사람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황한 이엘은 사진을 빠르게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빛의 속도로 사진을 캡처한 네티즌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진은 순식간에 퍼졌다. 언론은 발 빠르게 기사화했고, 포털 사이트는 해당 기사를 메인 페이지 상단에 걸었고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대기실에서 잠시 눈을 붙인 김재욱은 엉뚱하게 이엘과 열애설을 겪어야 했다. 이엘은 소속사를 통해 열애설을 부인하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아무리 짧은 시간, 단 1~2초라해도 그 순간 누군가 SNS를 우연히 볼 가능성은 충분하다. 생각보다 SNS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연예인이라면 타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올리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초급] 상황에 맞는 글을 올리자

래퍼 씨잼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녹음은 끝내 놓고 들어간다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당시에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Mnet ‘고등래퍼’ 출신 래퍼 윤병호가 “사랑합니다. 다녀오십쇼”라는 댓글을 남긴 것도 아무 문제없는 일처럼 보였다.

씨잼이 들어간 곳은 구치소였다. 그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씨잼은 2015년 5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연희동 자택 등에서 10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엑스터시와 코카인을 각각 한 차례 투약한 혐의도 있다. 씨잼은 경찰 조사에서 흡연 사실을 인정했고, 마약류 반응 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씨잼은 법을 어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경찰 수사를 받으며 혐의를 인정했고 약물 검사도 양성이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은 SNS 글은 논란을 더 키웠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도 문제고, 굳이 SNS에 그런 태도를 내비칠 이유도 없었다.

윤병호의 댓글도 문제가 됐다. 소속사는 윤병호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지만, 윤병호는 그 이후에도 “실검 3위의 핫한 남자”, “잘못한 게 없는데 인정하고 고개 숙이라니” 등의 글을 SNS에 올렸다. 꺼져가는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덕분에 래퍼들을 곱지 않게 보는 대중의 시선만 남았다. 당신이 주변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연예인이라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SNS 활동을 계속할 이유는 없다.


[중급] ‘좋아요’를 누를 때도 조심 또 조심

배우 스티븐 연은 지난달 12일 영화감독 조이 린치가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조이 린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자신의 출연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과 SNS로 친분을 나누는 것,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 가깝다.

문제는 조이 린치 감독이 욱일기 옷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쓰던 깃발이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 크로이츠가 금기시되는 것처럼 욱일기 역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상징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비난받기 쉽다.

스티븐 연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다. 욱일기에 대해 모르고 눌렀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스티븐 연은 하루 만에 사과문을 올렸다. 스티븐 연은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실수했다. 내 부주의함으로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한국어로 올렸다.

스티븐 연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해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동시에 올린 영어 사과문은 한국어 사과문과 조금 달랐다.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개를 숙이기보다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토로하는 영어 사과문은 처음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스티븐 연은 욱일기보다 후속 대처에 대한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관객까지 생겼을 정도다. 만약 그가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다면, 그 순간 SNS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당신이 연예인이라면 자신이 누르는 하트가 타인에게도 보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급] 팔로우 정리도 신중하게

지난달 20일 그룹 AOA 설현의 SNS는 갑자기 화제가 됐다. 그가 의미심장한 글을 쓰거나 논란이 될 만한 사진을 올려서가 아니다. 함부로 ‘좋아요’를 누르는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제는 ‘언팔로우’(친구 끊기)였다. 설현이 어떤 연예인을 언팔로우 했는지, 왜 그랬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설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가진 최고의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설현이 유병재, 아이유, 유아인, 에프엑스(f(x)) 루나 등을 언팔로우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최근 페미니즘 이슈를 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설현은 지난 28일 소속 그룹 AOA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 현장에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설현은 “평소 팔로우가 많다고 생각해서 지인 외의 팔로워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리하는 와중에 제 팔로잉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멈췄다. 그 이후부터는 신경 쓰여서 건드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소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러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성 인권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설현의 팔로우 정리가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논란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특정 연예인을 음해하거나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잊어선 안 된다. 당신이 연예인이라면 ‘좋아요’가 그렇듯, 자신의 팔로우 목록이 타인에게도 보인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논란은 없다” 연예인 수명 연장 SNS 가이드 5

[최상급] 글을 올리기 전 ‘팩트체크’는 필수

가수 겸 배우 수지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SNS에 한 편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버 양예원의 성추행 피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양예원은 이날 유튜브 및 SNS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과거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이에 양예원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해당 촬영이 이뤄진 합정 모 스튜디오를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수지의 SNS가 화제를 모으며 1만이 조금 넘던 해당 게시물의 동의자수는 순식간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게시글에서 언급한 스튜디오가 문제의 스튜디오와 다른 곳이었다는 점이다. 장소는 같지만 이후 다른 인물이 인수했고 이름도 바뀌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 주인은 엉뚱하게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수지는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수지는 짧은 시간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양예원의 국민청원을 지지하게 된 이유도 장문의 글로 적어 칭찬 받았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수지는 논란에 휘말렸고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당신이 SNS를 통해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연예인이라면, 그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사전에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이엘, 씨잼, 스티븐연, 설현, 수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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