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 삼성바이오, 자본시장 여파는

14일 증선위서 결론

기사승인 2018-11-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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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줄다리기를 이어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이달 14일 최종 결론이 난다. 이번 논란은 특정 제약바이오 계열사의 회계부정이 아닌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의 내부 역학관계 등이 얽혀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제약·바이오업종의 대장주 역할을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증선위의 결정에 따라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분식회계가 결론나더라도 상장 폐지 등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논란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 ‘분식회계 혐의’ 삼성바이오, “최악 상황은 거래정지…상장폐지 가능성 낮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결론내리더라도 상장 폐지 수순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신한금융투자 강송철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한 것으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상장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코스피200지수에서 곧바로 제외될 일도 없다”면서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한국항공우주 사례를 볼 때 모두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지만 지수로 제외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앞서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증선위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년 3개월간 거래가 정지되긴 했지만 상장 폐지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의 비중이 큰 만큼 상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며 “또한 바이오산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방침도 있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상장폐지실질심사에 들어가는 자체만으론 지수 제외 사유는 아니다. 다만 인덱스 운용역 입장에선 거래 정지 이후 관리종목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11월 13일 기준)은 20조742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9.04%에 불과하다. 이는 비슷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셀트리온(19.65%)에 비해 비중은 적은 편이다. 삼성바이오 시총의 90%는 개인투자자와 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분간 거래정지로 인한 손실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적인 분식으로 결론날 경우 삼성바이오 주식은 거래가 정지된다. 

◇ 삼성바이오 여파, 바이오업종 투자 심리 위축…삼성물산 영향 가능성도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는 지난 2016년 11월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파기 및 늦장 공시 논란이 커지면서 전체 바이오주(株)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업종 대장주인 만큼 분식회계가 결론날 경우 제약·바이오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달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22.42% 하락하자 다른 바이오 종목도 일제히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당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11.98%), 신라젠(-9.14%), 바이로메드(-6.51%) 등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업종이 내년부터 반등할 기회는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바이로메드, 대웅제약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 투자한 주력 파이프라인이 임상 3상을 마무리하면서 신약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하이투자증권 김재익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2019 년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R&D 모멘텀 수확기”라며 “2015년 당시 초기임상 단계였던 파이프라인들이 3년이 지난 지금 후기 임상단계에 접어들은 상황이다. 때문에 R&D 결과를 통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까지 도달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는 삼성 내 주력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바이오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재무적인 영향을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31.49%를 삼성전자가 보유 중이다. 하지만 감액손실 반영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삼성전자의 기업가치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전자의 관계기업으로 지분법 적용 처리 대상이다. 공정가치 평가 대상인 매도가능증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합병 논란은 재점화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분식 회계사건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이 신속히 감리에 착수해 분식회계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식회계 논란’ 삼성바이오, 자본시장 여파는

삼성의 내부문서(2015년 8월 5일)를 보면 자체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 괴리에 따른 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 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5년 8월 12일 내부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기고,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불일치해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에서는 해당 문건에 대해 공식적인 반박은 하지 않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 대해 삼성 측도 아직까지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바이오 측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법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이기에 이 논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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