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폐암 전문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

기사승인 2019-10-25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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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폐암 전문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

#폐엽절제술 연 200건 이상 시행 … 폐암 극복은 조기발견, 초전박살이 답이다

#요즘 폐암 수술의 80~90%는 개흉술 대신 4㎝만 째고 하는 흉강경 수술이 대세 

#흉강경 수술, 상처와 흉터 크지 않아 회복기간 단축, 통증 감소 효과 커 각광 

아주대병원 폐암센터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오른쪽) 정기건강검진 폐 사진에서 이상한 음영이 발견돼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한 남성 환자에게 폐암에 의한 이상징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인구 10만명 당 폐암 사망률이 35.1명이나 된다. 치명적인 암으로 잘 알려진 간암(21.5명)과 대장암(16.5명), 췌장암(11명)보다도 높다(2016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폐암 사망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 암 진단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방과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아주대병원 폐암센터 함석진(46·흉부외과) 교수는 “진단이 늦게 되면 그만큼 치료법 선택의 폭도 줄어들게 된다. 가능한 한 폐 속, 그것도 한 구석에서 암이 싹트기 시작하는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폐절제술 경험이 연평균 200여 건에 이르는 함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본다.

함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연세의대 흉부외과 조교수를 거쳐 2016년, 아주대병원 흉부외과로 이직, 폐 수술을 전담하고 있다. 2014~2015년, 세계 장기이식을 선도하는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를 방문, 최고난도 수술로 꼽히는 폐이식 연수를 받고 돌아와 폐이식 수술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80여 편이다. 얼마 전 뇌사자 기증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은 폐를 호전시키는 ‘체외폐순환술’에 관한 논문을 국제심폐학회지(Journal of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에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Q. 폐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들었다.

A. 폐암은 말 그대로 폐에 생기는 악성종양(암)을 가리킨다. 폐를 구성하는 조직에서 생긴 암을 ‘원발성 폐암’,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폐 쪽으로 이사를 와서 자리 잡은 ‘전이성 폐암’이 있다.

세포의 조직학적 모양에 따라 소세포폐암(15%)과 비소세포폐암(85%)으로 나누기도 한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선암(40%), 편평상피세포암(30%), 대세포암 및 기타(30%) 등으로 구분된다.

소세포폐암은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심해 발견 당시 이미 다른 장기 등에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생존율도 낮다.

Q. 폐암의 원인은?

A. 최고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폐암은 흡연이 부르는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남성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폐암 환자의 약 70%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간접흡연을 포함해서다.

최근 흡연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 폐암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져 간접흡연이 폐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2016년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 중 여성은 35%에 이르고 이들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8.8명은 담배를 직접 피워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돼 있다.

세포 종류별로는 소세포폐암은 100% 담배가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흡연량과 관련이 깊다. 비소세포폐암 중에선 편평상피세포암이 흡연과 관련이 많다. 반면 선암은 상대적으로 흡연과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 외 다른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방사선, 석면, 공해, 간접흡연, 바이러스 감염 등이 지적되고 있다. 직업적(환경적) 요인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7% 정도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Q. 폐암의 증상 및 징후는?

A. 우리가 일상생활 중 흔히 겪는 기침 감기 등 일반 호흡기질환 증상과 큰 차이가 없다. 폐 밖으로 번진 다음에야 지각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혈담, 체중감소 등이다. 흉통, 숨 쉴 때 쌕쌕거림, 피로, 식욕감소, 목쉼, 연하곤란(삼킴장애) 등이 있을 수도 있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엔 해당 장기의 기능 이상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뇌전이 폐암 환자는 두통, 어지러움, 걸음걸이 이상 등이 나타나고, 뼈 전이 폐암 환자는 뼈 통증이 심할 수 있다. 척추전이 폐암 환자는 등 통증과 함께 하지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전이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원발성 폐암도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 

폐암 환자들은 대부분 특별한 폐 기능 저하 증상 없이 건강 검진이나 다른 병으로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암이 생겼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때마침 국가 암 검진사업에 폐암 고위험군의 저선량 CT를 이용한 검진이 2년에 한 번씩 주기로 추가됐다. 폐암 고위험군이란 54~74세 장노년층 가운데 30갑년(1일 1갑씩 30년간 흡연)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54세 미만이라도 흡연력이 30갑년에 이른다면 정기검진 때 혹시 폐암이 싹트고 있지 않은지 저선량 CT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암 덩어리를 잘라내는 수술, 방사선을 쪼여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 암세포를 죽이거나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 등이다. 최근에는 암세포의 특정 부위를 공격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표적치료가 제4의 치료법으로 불릴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수술(폐엽절제술)을 할 때는 가슴 안 기관지 주변에 있는 림프절도 같이 제거한다. 림프절은 암세포가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재발 또는 전이를 막기 위해 수술 시 주위 림프절은 되도록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폐는 한번 잘라내면 재생되는 장기가 아니다. 따라서 수술 후 폐 기능은 잘라낸 만큼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수술 전에 환자의 폐기능이 얼마나 되는지, 수술하고 나면 얼마만큼의 폐기능이 남는지, 남아있는 폐 기능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는지를 두루 검토해서 수술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 수술 후 자칫 심한 호흡곤란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Q. 흉강경 수술은 어떤 경우에?

A. 옆구리 갈비뼈 사이를 벌리고 수술을 하는 개흉술은 통증이 심하다. 가슴 절개 부위도 두 뼘 정도로 커 회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불과 5~10년 전만 해도 폐암 수술은 대부분 이런 개흉술로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은 환자에게 이중 고통을 안기는 개흉술 대신 내시경(흉강경)을 이용한 최소상처 폐암수술이 대세다. 아주대병원 통계로는 수술이 가능한 단계 폐암 환자의 80~90%가 흉강경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있다. 

수술 시 흉강경을 사용하면 피부절개 범위가 4㎝ 정도에 불과하고, 여기에 1㎝짜리 구멍 한두 개만 더 내는 것으로 충분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흉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폐엽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기침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면 폐렴을 합병하 쉽다. 흉강경 수술을 받으면 이 같은 위험성을 많이 줄일 수 있다.

Q. 식이 조절은 어떻게?

A.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반찬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비타민 성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류, 고구마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기 종류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적당한 단백질 섭취는 폐암 치료 후 체력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고기나 생선이 싫다면 대신 계란, 두부, 콩, 치즈 등으로 충당해도 된다.

암 환자가 고기를 먹으면 암이 더 커진다고 고기 먹기를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치료 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며,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흡연자의 경우 지금 당장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 수술 등 치료에 들어가기 최소 한달 전부터 금연을 해야 합병증 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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