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실패 용납되지 않는 한국, 노벨상 어렵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종양내과학회서 기조강연...학회, '실패 용인하는 연구환경' 피력

전미옥 기자입력 : 2019.11.08 04:00:00 | 수정 : 2019.11.07 22:33:01

"실패가 용납되어야 노벨상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7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KSMO 2019) 기자간담회에서 장정순 학회장(중앙의대)는 "실수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두 번째, 세 번째 실수들이 용인되어야 성공이 따라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R&D(연구개발) 환경은 실수가 용납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회장은 "연구재단 등 국가 펀드 운영이 중요하다. 우리 R&D펀드 규모는 OECD 회원국 중 5~6위에 달하지만 '실패'가 없는 환경이 문제"라며 "예전에는 1년 단위로 성과를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다 최근 그나마 3~4년으로 늘렸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이는 우리 연구자들이 처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센터(DFCI) 윌리엄 케일린 교수가 기조강연에 나섰다.

케일린 교수는 세포 내 산소를 인지하는 분자인 HIF-1a를 분해하는 VHL(Von Hippel-Lindau) 종양 센서 유전자의 산소 감지, 암세포 신진대사 등 반응기전을 규명한 연구자다. 일반 세포와 달리 암세포의 경우 저산소 상황에도 적응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암과 빈혈 등 질환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케일린 교수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확정 이전에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초청을 받고 이번에 방한하게 됐다. 그는 이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 농도가 변화할 때 암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주제로 강의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들 종양학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계적인 연구성과의 이면에는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이 뒷받침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원 학회 조직위원장(울산의대)은 "노벨상이 나오려면 많은 실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3년 내에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줘야만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연구자를 기다려주는 끈기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며 "지속적으로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상철 학회 홍보위원장(고려의대)도 "하버드의대의 한 원로 교수님의 경우 25년간 같은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하더라. 우리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고령임에도꾸준히 연구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고 했다.

또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융합 시도'도 우리 의학 교육의 부족한 부분으로 지목됐다. 장정순 회장은 "의학만 가지고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상의학과 바이오 등 기초의학이 합쳐져야 한다. 케일린 교수도 임상의사이지만 생물학 분야도 함께 전공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개별 학문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랐지만 두 가지를 합쳐 시너지를 내는 단계까지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연구 분야에서 열성을 다하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 우리도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학회는 동물구충제 '펜벤다졸'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현재 펜젠다졸은 항암효과가 예상되는 '화합물'에 불과할 뿐, 사람 대상 임상 등 치료제로서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암환자들의 무분별한 복용은 위험하다는 경고다.

오도연 학회 사무총장(서울의대)는 "현재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처방약은 어떤 화합물의 작용기전을 규명하고 동물과 사람 임상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러나 펜벤다좋은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않은 것이기 때문에 항암기전이 있더라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석아 학술위원장은 "강아지 구충제와 같은 기전이고 더 효과가 좋은 탁센 계통의 약제가 이미 항암제로 쓰이고 있다. 각 연구와 임상을 통해 어떤 환자에게 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하며, 어떤 용량으로,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표준치료법이 확립이 되어있다"며 "그러나 펜벤다졸은 그렇지 않다"고 부연했다.  

김태원 위원장은 "실제 펜벤다졸을 복용하다 장이 괴사되거나 구토반응을 일으켜 응급실이나 요양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펜벤다졸의 경우 동물의 몸에 들어가 흡수가 되지 않으면서 기생충만 죽이는 기전이다. 그런데 사람에게서는 약제가 잘못 흡수되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펜벤다졸 관련 부작용 사례들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학회차원에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photo pick

이미지
이미지
SPONSORED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