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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우리가 알게 될 손담비

우리가 알게 될 손담비

인세현 기자입력 : 2019.11.22 08:01:00 | 수정 : 2019.11.22 09:26:01

손담비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들이 있다. “미쳤어”를 반복하는 흥겨운 노래와 의자를 이용한 춤은 지난 10년간 손담비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을 본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손담비의 이름 뒤에 다음의 것들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다. 향미, 물망초, 라이터, 미어캣, 그리고 배우.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공효진)이 운영하는 까멜리아의 아르바이트생 향미를 연기했다. 공식 인물소개에 따르면 향미는 언제나 열외인 인물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도 없고, 행동이 얕고 가벼워 누구도 향미를 어려워하거나 의식하지 않는다. 

처음엔 시청자도 대부분 향미를 그렇게 대했다. 주인공의 철없는 친구 역할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향미가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임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속물인 척 아픔을 품고 사는 향미에게 시청자는 마음을 기울였다. 끝내 함께 울었다. 향미를 살아 움직이게 한 손담비의 열연 덕분이다. 

20일 오전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손담비는 “향미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했는데, 아직 작품을 마쳤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좋은 작품 안에서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하다”고도 말했다.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는 목소리엔 여운이 담겨 있었다.

손담비는 자신과 향미가 크게 닮지 않았다고 봤다. 눈치가 빠르고 대화할 때 초점을 명확하게 두지 않는다는 정도만 비슷하고 그 외의 것은 매우 달라서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는 것이다. 염색하지 못한 머리 스타일이나, 매니큐어가 벗겨진 손톱, 촌스러운 의상 등은 향미를 표현하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차영훈 PD님이 저를 보시고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향미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누군가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듯한 시선 같은 것이 닮았대요. 이 말에 힌트를 얻어 향미라는 캐릭터를 분석했어요. 원래 급하게 말하는 편인데, 향미를 연기하면서는 느리게 말을 했고 외형적인 특징도 분명히 잡았죠. 나중엔 시청자들이 섬세하게 신경 쓴 부분까지 모두 알아봐 주셔서 고마웠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작은 부분까지 준비했는데, 이번엔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속으로 ‘올레’를 외쳤죠.”

손담비가 향미를 연기하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관련 기사에 ‘악플’이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 전후로 시청자의 반응을 꼼꼼하게 살폈다는 손담비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악평이 없는 대신, 향미에게 미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시청자가 그만큼 역할에 이입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사실 초반엔 향미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뚝심 있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제 연기 톤이 뒤죽박죽이면 마지막 서사의 감동이 덜할 것 같았거든요. 차근차근 캐릭터를 쌓아 올려서 후반부에 터트리자는 것이 제 연기의 전략이라면 전략이었었는데, 그 부분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작품 속 향미에게 미안함을 느낀 것은 누군가를 치우친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손담비는 이후 약 10년간 음악 활동을 최소화하며 연기에 주력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다. 배역을 소화하며 크고 작은 호평도 있었다. 하지만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손담비에게 배우로 살았던 지난 10년에 관해 묻자 “치열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향후 10년은 어떨까. “제2막이 펼쳐진 기분”이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우리가 알게 될 또 다른 손담비가 그려졌다.

“가수로서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에요. 가수를 그만둘지 고민하던 시점에 ‘미쳤어’를 만났죠. 꿈을 좇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꼭 한 번씩 와요. 그걸 잡아야 하는 거죠. 연기자로서 지난 10년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향미를 만날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쏟을 수 있었어요. ‘미쳤어’ 이후 다른 노래로 사랑받은 것처럼, 연기자로서는 이제 시작이니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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