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언론홍보비 논란 '언론사간 소송'으로 비화되나

입력 2019-12-30 13: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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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언론홍보비 논란 '언론사간 소송'으로 비화되나

언론홍보비 놓고 언론사와 지자체를 넘어 언론사와 언론사 문제로 확대
언론홍보비 쉬쉬하던 관행 벗어나 투명하게 공개돼야
보도자료나 베껴쓰고 광고비 요구하는 언론사 행태 없어져야

경기도 용인시 언론홍보비 논란이 지자체와 언론사의 행정쟁송을 넘어 언론사간 형사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지면을 발행하는 한 중앙언론 H일보가 "인터넷언론 등을 보도자료나 베껴쓰면서 광고비를 요구한다"는 용인시의 입장만을 대변해 인터넷언론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5일 H일보는 "[단독] '난립하는 인터넷언론 횡포 막아라' 용인시 등 지자체 조례·규칙 마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인터넷언론과 주간지, 월간지 등이 과도한 광고비를 요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보도자료를 베끼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이를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용인시가 항변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타 지역에 본사를 둔 한 인터넷언론이 용인시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광고(협찬)비를 요구했고, '최근 3년간 홍보비 집행내역을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기도 했다. 시는 이에 맞서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H일보는 현재 이 내용 중 '수천만 원에 달하는 광고(협찬)비 요구'를 '광고비 요구'로, 행정심판소송 제기를 용인시가 아닌 이 인터넷언론사가 제기한 것으로 인터넷판을 수정한 상태다. 물론 지면은 원문 그대로 발행됐다. 

이에 대해 이 인터넷언론 K신문은 26일 'H일보, 용인시의 대변지로 전락했나?'라는 제목의 반박기사를 통해 "H일보는 이번 가짜뉴스와 관련해 진정어린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아무런 사과와 반성이 없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천명했다.

K신문은 "H일보가 용인시의 입장만을 듣고 팩트확인 없이 가짜뉴스를 그대로 반영해 보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일부 내용을 변경시켜 놓았다"면서 "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 내용이 SNS 상으로 확산될 대로 확산된 후로 인터넷언론인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K신문은 행정심판 청구에 대한 H일보의 처음 기사에서 "용인시가 부당한 압력을 대처하기 위해 자신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포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 3년간 홍보비 집행내역 정보공개 청구를 해당 언론사에서 제기했다"고 변경한 부분이라고 들었다. K신문은 "행정심판 청구는 행정관청에서 제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H일보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사실확인 없이 용인시의 입장만을 그대로 반영해 기사화시킴으로써 용인시 대변지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고 힐난했다.

또한 K신문은 용인시에 대해 "분명 타 지역에 본사를 둔 인터넷언론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광고(협찬)비를 요구하고 있다"면 이는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용인시는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용인시 공무원들이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언론사(K신문)는 이와 관련해 시장을 면담한 뒤 이를 기사화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어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백군기 시장이 인터넷언론한테 무슨 약점이 잡혀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K신문은 "용인시에서 집행했던 언론홍보비 내역이 백군기 시장 선거법 위반혐의 재판때 언론 입막음용으로 집행됐다는 의혹이 노출될 것을 꺼려했고, 또 전임시장 때와 별반 차이 없이 집행돼 왔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민선 6기, 민선 7기의 차별성이 희석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었나는 추측까지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인시는 지난 8월 언론홍보비 내역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홍보비 집행에 있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언론사간 위화감을 조장한 바 있다. 여기에 H일보가 용인시의 속내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이 홍보비 논란은 이제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인들은 홍보비를 놓고 지자체와 언론사의 문제에서 언론사와 언론사간(중앙언론과 지역언론, 지면발행 언론사와 인터넷 기반 언론사, 일간지와 주간지 또는 월간지, 포탈검색 언론과 포탈비검색 언론 등) 문제로 확대돼 언론인들끼리 자기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싸우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자화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인시는 앞으로 언론홍보비를 공정하게 집행하겠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용인시 광고시행 등에 관한 조례'를 시행한다.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언론인들은 지금까지 홍보비가 법이나 조례가 없어 공정한 집행이 안됐다고 생각치 않는다. 이들은 "법이나 조례의 문제가 아닌 불공정한 관행을 고집하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근무태도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또 이들은 "조례를 근거로 언론홍보비 집행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겠다"고 입을 모아 용인시가 내년부터 불공정한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면 홍보비 관련 불협화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시는 "K신문이 광고비 요구를 거부하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를 쓴 H일보 L기자는 "특정하지 않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자신을 취재하는 거라면 아무말도 못해준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 K신문은 "광고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면서 "용인시, H일보와  L기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 언론인은 "H일보가 묵묵히 정론직필을 위해 애쓰는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분개했다. 또 한 시민단체는 "정부와 지자체의 언론홍보비 집행과 관련해 쉬쉬하던 암묵적 관행이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그리고 당연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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