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부모 애태우는 소아 알레르기비염 극복, 한방에 길 있다

기사승인 2020-06-29 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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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모를 괴롭히는 알레르기 비염의 한의학적 원인
#글//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코흘리개. 철이 없거나 어린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그 외에도 ‘코맹맹이’, ‘코찔찔이’ 등 비염 증상을 암시하는 말이 명사로 여럿 있다. 그만큼 어린 아이들에게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맹맹이 코찔찔이 증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연중 지속되고, 점점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부모들의 속이 끓게 마련이다. 건강한 코를 유지하지 못하고 병약한 코 때문에 아이가 힘들겠구나 애타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30대 주부 L씨도 그런 부모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아들의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상식이 많아 ‘코 박사’가 돼 있었다. 잘못된 정보로 많은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장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정보들을 스스로 찾아내 축적하게 됐다. 해박한 그의 지식을 접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위대한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L씨가 아들 때문에 치른 마음고생이나 그 아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꼬마는 생후 3~4개월 무렵 심한 태열로 고생했는데, 다섯 살이 되어 병원을 찾았을 때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을 처음 받았다.

L씨 아들은 그 후 한번도 감기에서 해방돼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항상 감기를 달고 사는데다 한번 걸렸다 하면 고열이 심해 1년에 서너 번은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았다고 했다. 그 와중에 알레르기 비염이 온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1년간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만 받아왔다. 하지만 아이의 비염은 점점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마치 우는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고, 코가 몹시 가렵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을 닦아내기에 바빴고, 나중에는 코 아래 피부가 헐기까지 해서 고통스러움을 못 견뎌했다. 유치원을 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눈 주변이 퍼렇게 되어 얼핏 보면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아알레르기비염 진단을 받은 한 어린이가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의 진맥을 받고 있다. 영동한의원 제공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병원을 찾아 정밀 스킨 테스트(알레르기 과민반응 검사)를 받았다. 약 40가지 종류의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결국 이 아이의 알레르기 비염의 직접적 원인은 집 진드기와 집먼지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8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고 매일 알약과 코스푸레이로 약물을 흡입하는 등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처음에는 다소 증상이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발하는 바람에 L씨 모자의 낙담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약물치료를 할 때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제제를 써서 그런지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겪었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달처럼 얼굴이 동그랗게 되고 어깨 부위까지 둥글게 되어 정신적으로도 심한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부작용은 약물치료가 계속될수록 끊임없이 나타나서 결국 치료법을 바꿔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매일 약을 챙겨 먹이는 것도 쉽지 않아 한의원을 찾았다는 L씨. 예기치 않은 심리적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결국 치료법을 바꿔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의사를 찾게 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을 보통 3가지로 나눈다. 첫째, 폐의 기가 허해 바람과 찬 기운이 들어와 폐의 기가 발산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코에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그 증상은 주로 코가 몹시 가렵고 재채기가 연달아 나며 맑은 콧물이 나오고 후각이 둔해지고 코 점막에 부종이 있다.

둘째는 폐와 비장의 기가 허해 노폐물이 오랫동안 코에 쌓여 발병하는 경우이다. 주된 증상은 코가 막히고 더부룩하고 콧물은 말갛거나 끈적거리며 흰 것이 특징이다. 역시 후각이 감퇴되고 코 점막이 창백하거나 부어오르며 온몸이 나른하고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숨이 차거나 뭘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셋째, 신장의 기운이 허한 것으로 만성 알레르기 비염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신기가 부족하고 폐가 따뜻한 기운을 잃어버렸을 때 생긴다.

진단 결과 L씨의 아들은 이중 폐기가 허해져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필자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할 때 '소청룡탕'이라는 한약 처방과 함께 코의 부종을 가라앉혀주는 레이저 치료, 침 치료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L씨의 아들도 치료를 시작한 지 두 달째부터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 서양의학 치료실패 경험 탓인지 L씨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는 듯 했다. 이런 긴가민가 하는 의심도 3개월이 조금 지나자 비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말끔히 가시게 됐다. 예전에 겪었던 어떤 부작용이나 재발도 없었기 때문이다.

L씨의 아들은 생후 3개월부터 9세까지 치렀던 코 알레르기와의 전쟁을 이렇게 끝냈다. 한의학도 제대로 쓰면 소아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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