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경기’에도 기부는 계속…나눔 실천하는 시민들

기사승인 2020-12-21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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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경기’에도 기부는 계속…나눔 실천하는 시민들
▲사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캠페인의 상징인 ‘사랑의온도탑’을 서울 시청광장에 세우고 ‘희망2021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 속에서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쿠키뉴스는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민 예찬해(34)씨와 김근보(54)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4~10년간 꾸준한 기부로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불경기’에도 기부는 계속…나눔 실천하는 시민들
▲사진=지난 4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방자치단체에 꾸준히 기부해온 예찬해씨. 본인 제공

예씨는 4년 전부터 매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기부를 해왔다.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 얼굴만 알던 친구가 어느날 찾아와서 저희 아버지의 기부 혜택을 받았다고 털어놨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고마워하더라고요” 예씨는 이 일을 곱씹을수록 좋은 일을 하면 돌아온다는 ‘카르마’를 믿게 됐다고 했다.

예씨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다. 이달부터 매출은 기존의 30% 수준에 그쳤다. 계속되는 적자에 직원들의 인건비는 기존에 모아놨던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은 빠듯할지언정, 이웃을 향한 예씨의 마음은 여전했다. 예씨는 연말에 지역 내 차상위 계층을 위해 기부를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차상위 계층은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다 못해 동사무소에 연탄, 전기장판 등 보온용품을 요청한다”라고 설명했다. 예씨가 동사무소에 기부한 금액은 오롯이 지역 내 필요한 이들에게 쓰인다. 그는 “대부분 우리 지역 분들이 저희 가게를 이용하신다. 제가 받은 만큼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코로나 불경기’에도 기부는 계속…나눔 실천하는 시민들
▲사진=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제과·제빵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근보씨. 본인 제공

기부를 통해 꿈을 이룬 시민도 있다. 지난 2002년 제과점을 개업한 김씨는 이듬해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벌써 18년 차 ‘프로 기부러’다. 여러 복지재단에 10년이 넘도록 기부를 해온 그는 지난 3년 전부터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 매주 시간을 내어 장애인복지시설 학생들에게 3시간씩 제과·제빵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은 그를 재능기부로 이끌었다. “40대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제가 생각했던 형태와 다르지만, 제빵사라는 직업으로 학생들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게 보람차요” 실제로 그의 수업을 들은 후 제빵 관련 직업시설에 진출한 학생들도 여럿 된다. 장애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도왔다는 뿌듯함도 그가 재능 기부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확진자 한 명이 가게에 다녀갔다. 김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직원 모두 음성이 나와 다행이었지만, 11월 중순 이후 매출이 50%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부를 계속하겠다는 그의 뜻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19로 재능기부 활동도 쉽지 않게 됐다. 지역사회 활동가나 장애인분들이 제빵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김씨는 주변에도 나눔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 노원 지회장직을 맡은 그는 지난 7월 지역 내 제과점 8곳과 함께 ‘착한 가게’에 가입했다. 착한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정기 후원을 하는 가게를 일컫는다. 그는 “제과업에 임하시는 분들이 나눔을 실천할 기회를 홍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보다 좋은 일 하시는 분들 정말 많아요.” 김씨는 멋쩍게 말했다. 이들이 있기에 매서운 한파와 코로나19 확산 공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ujiniej@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