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무너진 어벤져스

선수 불화설 이어 '극단적 선택'으로 분위기 뒤숭숭
이다영- 재영 학교 폭력 드러나 무기한 출장 정지
외국인 선수까지 부상... 시즌 우승 꿈 물거품 위기

기사승인 2021-02-15 1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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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무너진 어벤져스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여자부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시즌에 FA였던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잡는 데 성공했으며, 해외에서 활동했던 김연경이 임의 탈퇴 신분으로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를 결정했다.

이재영-이다영-김연경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이 완성되자 사람들은 흥국생명을 두고 ‘흥벤져스’라고 언급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패 우승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였다. 그 정도로 흥국생명의 전력은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KOVO컵에서 GS칼텍스에게 우승컵을 내줬지만 흥국생명은 시즌이 시작되면서 V-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개막전 포함 10연승을 내달리면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조직력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노출됐지만 개개인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팀을 눌렀다. 2라운드까지 전승 레이스를 펼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3라운드 초반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브루나로 교체됐는데, 아직까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 내 불화설도 터지는 등 위기가 찾아왔다. 일차적으로 수습했지만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지난 7일에는 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배구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어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창 시절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선수단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결국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학폭 논란 이후 열린 한국도로공사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았고, 현재 팀 숙소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선수가 빠지면서 흥국생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최근 흥국생명은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지난 1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한국로공사와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패배했다. 당시 1시간8분 만에 패배했는데, 이는 올 시즌 남녀부 통틀어 최단 시간 경기였다. 3세트 동안 얻은 점수는 42점에 불과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최악이다. 흥국생명 구단 측은 15일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코트로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영과 이다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은 흥국생명으로써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최근 3연패 기간에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김연경 홀로 역부족이었다. 

현재 흥국생명(승점 50점)은 2위 GS 칼텍스(승점 45점)에게 승점 5점차로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이 10경기 가까이 남은 가운데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충분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져 보인다.

구단 미래도 불투명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연경은 FA 자격을 취득한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한다는 확신은 없다. 현재 해외리그가 다시 문을 열고 있어 해외로 떠날 수도 있다. 국내 이적도 가능하다. 이재영과 이다영도 다음 시즌에 복귀할 확률도 적다.

한편 이재영과 이다영의 징계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구단의 자체 징계에 이어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징계도 남아있다. KOVO 규정상 1000~2000만원의 벌금이 가능하지만 규정상 다룰 수 없는 징계 내용에 관해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 배구협회는 선수의 프로 데뷔 이전의 이력까지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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