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불법 웹툰에 ‘감사합니다’라니

불법 웹툰 근절, 근본 해결책은 '수요의 중단'

기사승인 2021-03-05 13: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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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불법 웹툰에 ‘감사합니다’라니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신유정 숙대신보 기자 = ‘항상 잘 보고 있어요’ ‘좋은 작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웹툰 사이트에서 최근 드라마화가 결정된 인기 웹툰을 클릭하자, 독자들의 정성스러운 댓글이 펼쳐진다. 자신의 작품을 칭찬하는 독자를 싫어할 작가가 있을까. 문제는 이처럼 상냥한 댓글이 달린 곳이 유·무료 웹툰을 무단 업로드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란 사실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자가 좋아하는 웹툰을 검색하자 공식 플랫폼보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먼저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엔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됐다. 그러나 웹툰 무단 복제 문제는 종결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수사기관을 기만하듯 폐쇄된 불법 웹툰 사이트의 이름과 형식을 흉내 낸 유사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 중이다. 웹툰의 특성 상 데이터의 복제가 쉬워, 수사기관이 한 사이트를 단속하는 사이 다른 사이트가 개설되는 까닭이다.

이들의 목적은 웹툰을 미끼로 한 광고 수익이다. 대부분의 불법 웹툰 사이트는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홈페이지에 싣는 대가로 수익을 챙긴다. 작가들의 피땀이 담긴 작품이 불법 행위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실상이다. 웹툰의 주요 독자층인 10대 청소년이 이들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더 이상 저작권침해 문제로만 볼 수 없단 방증이다. 

처음 불법 웹툰 사이트의 존재를 접했을 땐 호기심이 앞섰다. 나는 매번 200원에서 500원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웹툰 한 편을 열람했다. 결제 과정을 생략하고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 혹하기도 했으나, 이내 부끄러워졌다. 

내 행동은 도둑질과 다름없었다. 고작 몇백 원을 아끼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수년을 쌓아 온 작가들의 노력, 며칠을 한 편의 만화에 투자하는 그들의 노동, 웹툰을 서비스하는 플랫폼과 좋아하는 작품을 위해 기꺼이 금액을 지불하는 독자들, 그 모두에 대한 양심을 팔아넘긴 도둑질이었다. 학생 때부터 만화가 및 동종 업계 종사자를 목표로 하며 밤낮으로 그림을 연습하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더 이상 이들의 꿈이 불법으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 

지금도 수많은 작가가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은 사서 보겠지’처럼 안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작품이 무단 복제된 작가가 웹툰 플랫폼으로부터 보상이나 지원을 바라긴 어렵다. 불법 웹툰 사이트로의 클릭 한 번이 작가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 중 밤토끼로 인한 피해액만 2400억원 규모였다. 해당 사이트 운영 기간 중 네이버 웹툰의 페이지 조회수가 50%가량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유료 웹툰 시장에서 조회수는 곧 작가의 수익이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의 조회수는 몇만을 우습게 넘는다. 이는 억 단위의 수익 정산이 가능한 수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6개 웹툰 플랫폼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향한 법적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다만 수사망이 좁혀지는 만큼 불법 웹툰 사이트의 운영 수법 또한 더 치밀해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엄중한 처벌과 저작권 인식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K-웹툰 시장의 성과에 감탄하기에 앞서 그림자를 걷어내길 지체해선 안 된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근절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요의 중단이다. 광고 수익을 노리고 불법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조회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는’ 일은 타인의 저작물을 ‘도둑질’하는 일이란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웹툰을 불법으로 보는 당신은 독자가 아니다. 웹툰을 무단 복제하는 사이트 운영진에게 향하는 감사 인사를 이제는 관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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