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 재택치료도 불안불안

‘양성’ 판정에도 보건소 연락 지연, 키트 배송도 늦어져
전문가들, 의료전달체계 전환 필요성 제기
자가격리 중 해열제 복용 OK

기사승인 2022-02-04 06: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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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에 재택치료도 불안불안
사진=박효상 기자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보건소에서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불안했어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2만명대로 폭증하자 재택치료자 관리 역량도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거나 재택치료키트 배달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PCR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PCR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A씨는 선별진료소 문자메시지를 받고 하루가 지나서야 보건소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도 오지 않아 판정이 잘못된 줄 알았다. 자가검사키트로 다시 검사해보고 양성이 나와 확신했다”며 “보건소에서는 이튿날 전화가 왔다. 재택치료키트를 받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일주일 뒤 격리해제된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밀접접촉자였던 B씨는 PCR검사를 받은 후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 직접 통화를 시도했고 그제서야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보건소에 전화하니 오히려 그쪽에서 연락을 못 받았냐고 묻더라. 그리고서는 밀접접촉자는 1주일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밥만 혼자 먹으라고 안내해줬다”면서 “그날 저녁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감기인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먹었는데 일주일 뒤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혹시 몰라서 설에 고향으로 안 내려가고 자가격리를 했는데 만약 일상생활을 했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토로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9만7136명으로 전날(8만9420명)보다 7716명 증가했다. 이는 최대 관리 인원의 89.1%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재택치료자 관리 의료기관은 461곳으로 최대 10만9000명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증가폭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재택치료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인력 확충 및 의료전달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관리는) 한 번도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다. (확진자 증가에 대비해서) 진즉에 준비했어야 하는데 안 한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늘어나다보니 관리는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준비 하지 않으면 하루 확진자 수가 5만명씩 나오고 중환자 수도 1000명 이상 나오게 됐을 때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며 “병상을 2000개 이상 확보한다고 해도 환자를 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대학병원은 마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확진자들이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또 의사들이 기꺼이 (방역 대응에) 참여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의사 1인당 관리 재택치료자 수를 150명으로 늘리면 된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만 연결해서 어떻게 진료를 하겠느냐.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는데 감기보다 훨씬 위험한 코로나 환자들은 의사를 못 만나고 있다. 각 지역 동네 사정에 맞게 빈 사무실 등을 활용해 진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는 “보건소 인력들도 지난 2년간 고생이 많았는데 특별한 격려나 인력보강이 없었던 걸로 안다. 특히 행정적인 부분들은 기초 자지단체장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해당 지역의 의사협회장, 간호사회장 등 각종 의료단체와 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하루 10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면 현재와 같은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숫자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재택치료도 고위험군이나 취약 계층 중심으로 효율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에 걸렸더라도 아픈 사람들이 쉽게 의원이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전환이 이루어지면 그 때가 코로나19 판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바뀌는 때라고도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그런 상황에서 젊고 건강한 분들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비상약을 구비하는 등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 교수는 PCR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상황에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약국에서 산 해열제 등을 복용하되 추후 의료진 상담을 꼭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가격리 중 열이 났을 때 해열제 등을 복용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용량도 그렇고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추후에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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