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재현되나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03-15 0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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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재현되나 [알기쉬운 경제]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 수치와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 시장은 패닉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자칫 양적완화 축소 및 긴축을 시도하는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여파…1970년 석유파동 이후 신자유주의 도래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는 침체(stagnation)됐는데 물가는 상승(inflation)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물가가 하락을 합니다. 그러나 경기가 좋을 때는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경기가 호황일 경우 사람들은 그동안 자제했던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러한 기본적인 경제학 관점을 벗어난 것입니다. 경기는 침체했는데 물가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감소, 고용위축, 경제 불황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세기 스태그플레이션이 최초로 촉발된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1973년과 1979년에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공황이 일어났습니다. 오일쇼크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담합으로 석유 가격이 치솟아 경제에 충격을 준 사태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야기한 후폭풍은 경제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 세계 경제학계를 지배했던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상에 기초한 경제학 이론으로 자유 방임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경제학 이론입니다. 케인스주의는 시장경제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재정정책)을 강조합니다. 케인스주의 이론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복지정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케인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성장, 고실업이 장기화되자 복지국가를 받쳐주었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통화주의학파의 케인스주의 경제학 비판이 고개를 들게 되면서 자유주의 시장 경제 전환이라는 신자유주의 전환이 전격적으로 모색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박정희 철권통치가 무너진 것도 오일쇼크 이후 경제 침체에 따른 민심 이반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기존의 국가 주도 경제에서 벗어나 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게 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고민 커진 중앙은행

41년이 지난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세계 경제를 떠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인위적인 경기부양)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력충돌은 이에 기름을 부은 것입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진정되지 못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발 에너지 가격 불안은 과거 1~2차 오일쇼크로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소환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재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 13.02% 급등했습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60년 후 역대 최고 주가 상승률입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짜 악재는 인플레와 신냉전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원의 무기화를 통해 인플레 압력을 더 높일 수 있으며, 경기둔화에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70년대 망령(스태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재현되나 [알기쉬운 경제]
자료=유진투자증권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연준은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선제적인 긴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금리를 올려도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경기 침체만 가속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만 하더라도 매파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연준은 올해 3월을 시작으로 3차례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옵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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