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주범’ 벗나...친환경 코인 채굴 도입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04-0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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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주범’ 벗나...친환경 코인 채굴 도입 [알기쉬운 경제]
가상화폐 그래픽 = 이희정 디자이너
가상화폐에는 ‘환경 파괴범’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닙니다. 가상화폐를 채굴할 때 막대한 양의 전기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따르면 8일 4시 기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연간 전기 소비량 142.60테라와트시(TWh)다. 스웨덴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채굴업체 한 곳당 수만 대의 컴퓨터를 24시간 가동하고,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시설까지 돌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도 일어납니다. 이로 인한 전력 불안정으로 채굴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 2위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은 채굴을 중단했습니다. 카자흐스탄 국영 송전망공사는 이번 달 1일부터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전기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15일까지 중단을 연장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러시아와 전력망 설비 문제로 인해 전력 부족 사태가 나타나면서 비트코인 채굴용 전기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었죠.

카자흐스탄 전력 공급난이 장기화하면 채굴업체들의 이탈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중국계 대형 채굴업체인 비트마이닝은 이미 카자흐스탄 내 사업 확장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은 작업증명방식(POW) 기반의 가상자산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미카 법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작업증명 방식은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해결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자에게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주어집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EU 관할내 기업들은 2025년 이후 작업증명 방식 기반의 가상자산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해 코인 가격이 급락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미카법안은 반대 34명표, 찬성 24표로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업계는 비트코인의 환경 이슈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만큼 꾸준히 지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굴업체들은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의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알고리즘에 의한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연산 과정이 복잡해집니다. 이를 풀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가 사용되고, 전력량도 올라갑니다.

이를 위해 환경운동 단체 그린피스는 코드를 바꾸라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미국 지부는 가상화폐 리플을 개발한 억만장자 크리스 라슨과 함께 ‘기후가 아니라 (비트코인) 코드를 바꿔라’는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비트코인 채굴 방식 변경을 목표로 합니다. 작업증명이 아닌 지분증명(PoS)으로 변경하라는 것이죠. 지분증명은 가상화폐 보유량이 많은 사람에게 블록체인 생성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컴퓨터 연산 능력을 요구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 이더리움은 지분증명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전환을 위한 시스템 코드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로 150억 달러(18조1000억 원)를 벌어들인 채굴업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5년 전에도 비트코인 코드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사용자들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이에 작업증명을 유지하면서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수급하겠다는 채굴업체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라톤디지털홀딩스는 몬타나주 채굴장을 지속이 가능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로 옮기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기업 제네시스디지털애셋 또한 지난달 스웨덴에 100%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암호화폐 채굴 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네시스디지털애셋은 수력과 원자력,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센터를 2024년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 테라 울프는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 중인 탈렌에너지와 합작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탈렌에너지 핵발전소 옆에 채굴 시설 짓기 위해서죠. 규모는 풋볼 경기장의 4배 크기이며 이미 토지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성공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기업 스트롱홀드디지털마이닝은 오래된 발전소의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해 수백 개의 비트코인 채굴 장비에 전력을 공급 중이죠.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전체 전력의 35.53%(2021년 기준)을 지열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뉴질랜드도 이미 같은 방식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습니다. 시추공을 통해 고온의 수증기를 끌어올리고 그 열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엘살바도르는 화산 인근 지역에 비트코인 도시를 설립할 것을 밝혔습니다. 화산 지열로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고, 이 전력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완전한 생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엘살바도르의 목표입니다.

환경오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코인의 가격도 변동을 보였습니다. 친환경적 채굴방식으로 위험 요소를 없애면 향후 코인 시세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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