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마저…의혹만 무성한 표절, 왜?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06-21 0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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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마저…의혹만 무성한 표절, 왜? [친절한 쿡기자]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 쿠키뉴스 자료사진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음악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줄줄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입니다. 처음 문제가 된 곡에는 원곡자가 ‘표절 범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후로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시작은 유희열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피아노 연주곡 ‘아주 사적인 밤’이었습니다. 이 곡이 일본 영화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희열은 지난 14일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사카모토는 “두 곡에 유사성은 있지만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유희열을 격려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유희열이 작곡한 다른 노래도 표절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곡 ‘내가 켜지는 시간’, 가수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김조한이 함께 부른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 등이 표절 시비에 휩싸였습니다. 유희열 측은 ‘내가 켜지는 시간’의 표절 의혹은 부인했고, 나머지 곡에는 따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유희열마저…의혹만 무성한 표절, 왜? [친절한 쿡기자]
래퍼 MC몽.   사진=박효상 기자

가요계에서 표절은 진위를 밝히기 까다로운 사안입니다. 표절 여부를 가리려면 원저작자가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막대한 소송비용에 비해 배상액은 수백만 원대로 낮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표절을 인정한 마지막 사례는 래퍼 MC몽의 2004년 발표곡 ‘너에게 쓰는 편지’인데요. 밴드 더더의 노래 ‘잇츠 유’(It’s You)와 유사하다고 인정돼 원저작권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표절로 얻은 수익을 고려하면 배상금 1000만원은 턱없이 적은 액수”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는 대신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합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경우는 더 많습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곡의 저작권자에 원저작권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습하는 겁니다. 프라이머리가 만든 노래 ‘아이갓씨’(I GOT C)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라이머리 측은 이 곡이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곡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자, 원저작자들과 합의해 이들을 ‘아이갓씨’ 저작권자로 추가했습니다.

과거엔 어땠을까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연윤리위원회가 음반을 사전에 심의해 표절 여부를 가렸습니다. 두 소절(8마디) 이상 음악적 패턴이 비슷할 경우 표절로 판정해 해당 곡이 실린 음반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 공연법이 개정돼 사전 음반 심의 기구가 없어지면서 표절 시비를 가리는 일이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앞서 소개한 가요 관계자는 “사법부가 음악 전문가 집단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감정을 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렇다고 예전처럼 음반 사전 심의를 부활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결국 표절 문제를 끊을 힘은 제도와 기구가 아닌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팬들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창작자로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창작자가 윤리의식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유희열이 만든 노래 가운데 쿡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가수 김연우가 부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입니다. 유희열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쓴 곡이라고 하더군요. 이별이 어찌나 아팠던지 무릎 아래가 없어진 것 같더라는 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생생한 역사를 새긴 노래가 표절 논란으로 얼룩지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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