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자 되자’ 수익률 높이는 디폴트옵션은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07-19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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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부자 되자’ 수익률 높이는 디폴트옵션은 [알기쉬운 경제]

현재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고 있나요? 퇴직연금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요. 이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어떻게 운용할지 몰라서 퇴직금을 쌓아놓는 직장인이 대부분입니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인 분들을 위해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습니다.

DC형, IRP 가입자만 디폴트옵션 적용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자동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신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적용됩니다. 4주간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2주 이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된다’는 통지받게 됩니다. 통지 후에도 2주 이내에 지시가 없을 때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죠. 

법 규정에 따라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는 무조건 하나의 디폴트 옵션에 가입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습니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은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된 것을 말합니다. 회사는 해마다 부담금을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며 이에 따른 이익과 상관없이 근로자는 사전에 확정된 퇴직급여를 받습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당 계좌에 근로자가 추가로 부담금 낼 수도 있죠. 퇴직 시 근로자는 사용자가 낸 부담금과 직접 운용한 손익을 최종 퇴직금으로 받습니다.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 자율 가입하거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 일시금을 계속해서 적립,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입니다. 연간 1800만원까지 낼 수 있는데요.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에서 뺄 수 있습니다. 운용 기간에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을 퇴직급여 수급 시 부과합니다.

10월부터 디폴트옵션 상품 선택 필수

현재 각 금융회사가 7~10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승인과 전산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 10~11월쯤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는 10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제시된 금융상품 중에서 무조건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디폴트옵션에 담길 수 있는 상품 유형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자산 배분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 펀드 등입니다.

이 가운데 TDF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1순위 상품으로 꼽힙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위험 및 안전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때문이죠. 

고용부는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으로 크게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원리금 보장상품,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태이블밸류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입니다. 이 5가지를 적절히 섞은 포트폴리오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TDF는 가입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위험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입니다. 예를 들어 가입자의 나이가 어리고 퇴직 시점이 멀다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은 적게 가져갑니다. 퇴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은 줄이고 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거죠.

BF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상품인데요. TDF가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따라 비중을 조절한다면 BF는 시장 상황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자산 배분을 하는 펀드입니다.

SVF는 원금보장형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서 변동성을 최소화한 펀드입니다. 부동산인프라펀드는 항만, 교량, 철도, 도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펀드) 같은 부동산인프라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금융사는 투자 성향별로 분류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한 은행이 상품을 7개를 준비했다면 하나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 즉 초저위험 상품이고 나머지 6개는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상품에 두 개씩 배치해야 합니다.

각 상품은 다시 1~3개의 펀드 혹은 예금으로 구성되는데요. A라는 중위험 상품이 있다면 A 상품은 ㄱ사의 타깃데이트펀드(TDF), ㄴ사의 TDF, ㄷ은행의 예금으로 구성하거나, ㄱ사의 TDF, ㄴ사의 TDF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상품들의 개별 구성을 확인한 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됩니다. 해당 금융사에 방문하거나 앱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죠. 운용 도중 가입자가 원하면 직접 운용 지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사회초년생이라면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목표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시는 게 유리합니다. 은퇴 시점이 얼마 안 남았거나 원금손실이 걱정된다면 원금 보장형 혹은 변동성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디폴트옵션 안 하면 손해

퇴직금을 금융사가 운용하는 게 싫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선택을 안 하면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별다른 운용지시가 없으면 내 퇴직금이 정기 예·적금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고, 이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같은 종류의 예·적금 상품에 자동으로 재투자됐습니다.

그러나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이렇게 예·적금에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게 금지됩니다. 디폴트옵션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때에는 만기가 돌아온 예·적금 상품이 재투자 되지 않고 이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됩니다.

퇴직연금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과 운용지시를 하는 것에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운용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은 6.42%로 무려 5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하에 오래전부터 퇴직연금제도에 사전지정 운용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습니다.

2006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은 10년 가입자에게 연 8%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등 ‘연금 백만장자’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도입한 주요 선진국들도 연평균 수익률이 6∼8%로 안정적인 편입니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확정급여(DB)형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회사에 문의해 DC형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회사에서 DC형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IRP 계좌를 개설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면 됩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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