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늘어나는데 처분은 ‘미미’

기사승인 2022-10-13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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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늘어나는데 처분은 ‘미미’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사진=임형택 기자

#A씨와 B씨는 함께 거주하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의 부부다. 부인 A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한부모가정)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후 남편 B씨는 출생한 같은 자녀를 이용해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부정청약 실제 사례다. 갈수록 주택 부정청약 행위가 교묘해지고 있지만 정부가 사실상 처분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위 적발 건수는 늘고 있지만 실제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가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3년8개월간 적발된 부정청약 적발사례 중 실제 관련 법령에 따라 주택 거래 취소 조치 등이 처분이 이뤄진 경우는 227건이다. 전체 적발 사례(1704건)의 13.3%에 불과했다. 

위장전입, 위장이혼, 청약통장 매매 등 주택 공급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행위는 주택법에 따라 금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과 매년 2회 이상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해 경찰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 소명절차를 거쳐 공급계약을 취소하거나 공급 신청 지위를 무효로 하고 10년간 주택청약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증가하는 부정청약 적발에도 불구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실제 처분은 지지부진했다. 적발건수는 해마다 늘어 2019년 302건에서 2020년 429건, 2021년 794건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8월 기준으로 179건이 적발됐다. 지난 2019년 이후 지역별 부정청약 행위 적발 건수는 경기도가 6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 326건, 전남 151건, 부산 121건, 대구 102건 순이었다. 부정청약 행위가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은 지자체는 제주도 한 곳뿐이었다. 

적발 사례 중 취소 등을 위한 조치가 진행 중인 경우는 총 943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55.3%에 달했다. 또 주택 매수자가 사전에 발생한 교란행위 사실 등을 인지하지 못한 것 등을 소명해 취소가 곤란한 경우도 31.3%(534건)를 차지했다. 3년 전 부정청약 행위로 적발됐으나 아직 취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이 늦어지는 사이 부정청약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다자녀 특별공급을 노리고 임신진단서를 위조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없는 아이를 뱄다고 서류를 꾸미거나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조작해 특별공급에 지원한 것. 재당첨 제한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이혼하는 위장이혼 청약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에 불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의원은 “현 주택법상에 불법행위자에 대한 지위 무효화·공급계약 취소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바로 잡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토부는 시장 교란행위 등으로 인해 불법적으로 거래된 주택에 대한 정상화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력 한계로 일부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부정청약 단속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등에 따르면 현행 합동조사는 전체 당첨자의 약 4%만을 샘플링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간 분양되는 약 500단지 중 100단지를 선정하고 단지별 평균 500세대 중 100세대 내외에 대해서만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부정청약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재 강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단위로 상시 단속을 활성화하고 부정청약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한편 사업 주체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