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칼’ 김광희 “프로 생활 너무 좋아, 전역하고도 도전할 것”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2-09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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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칼’ 김광희 “프로 생활 너무 좋아, 전역하고도 도전할 것” [쿠키인터뷰]
DRX의 탑 라이너 '라스칼' 김광희를 8일 DRX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문대찬 기자

“3주 정도 쉬었을 땐 많이 힘들더라고요. 사는 것도 너무 재미가 없고….”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라스칼’ 김광희를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DRX 사옥에서 만났다.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는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보면서 많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김광희의 전 소속팀 KT 롤스터는 눈앞에서 롤드컵 티켓을 놓쳤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한 이들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담원 기아에게 2대 3으로 분패했다. 이어진 롤드컵 한국 선발전에선 순위가 한 계단 낮은 DRX에게 2대 3으로 역전패했다. KT를 꺾고 롤드컵 막차 티켓을 거머쥔 DRX는 결승까지 최장기간 생존한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광희는 “시즌 중엔 많이 쉬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쉰다. 정말 못 쉴 때는 한 번도 못 쉰다. 열심히 달려오면 누구나 쉬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 올해 개인적인 퍼포먼스는 후회 없이 좋았다고 생각해서 선발전 패배 당시엔 감정이 금방 돌아왔었다”면서도 “3주 정도 쉬니까 그 때부턴 너무 할 게 없어서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김광희는 “원래 졌을 때는 빨리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패배감을 오랫동안 갖고 있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빨리 털어내려고 하는데 올해는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 그래서 최대한 빨리 경기를 하고 싶었다. 쉬는 게 싫었다”고 전했다.

김광희는 그나마 최근 다녀온 단양 여행으로 분위기 전환을 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이 유명한 곳이다. 그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 익사이팅 한 것들을 할 때가 그나마 경기할 때 느낌이랑 비슷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나니 살아 있음을 조금은 느꼈다”고 웃었다. 

김광희에게 이번 롤드컵 결승은 복잡한 감정을 안겼다. 경쟁 관계를 떠나, 가까운 친구 사이로 지내는 ‘데프트’ 김혁규(담원 기아), ‘케리아’ 류민석(T1)이 맞붙어서다. 김광희는 선발전 당시 김혁규에게 패했지만 이후 경기장을 찾아 선전을 응원하기도 했을 정도로 그와 절친한 사이다. 

둘의 결승 진출에 누구보다 기뻤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어지럽혔다. 서둘러 경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뒤따랐다.

“세 명이 함께 있는 단체 톡방이 있는데 둘이 롤드컵 시즌 동안 ‘뭘 하자’, ‘밥을 먹자’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쩜쩜쩜’이라고 보내면서 혼자 씁쓸해했던 게 기억이 난다.”

“둘 다 응원했지만 사실 T1이 이길 줄 알았다. 워낙 달하는 팀이니까. DRX는 어떻게 보면 계속 언더독이지 않았나. 그런데 결승에서 이기는 걸 보고 너무 멋있더라. 혁규 형이 우승하는 걸 보니까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민석이가 우는 걸 볼 땐 마음이 아팠다. 민석이가 당시에 되게 힘들어했다. 그 날이랑 다음 날에 너무 속상하다고 그래서 처음엔 위로해줬다. 나중엔 울었다고 놀렸다(웃음).”

김광희는 리그 최고참인 이상혁과 김혁규가 결승에서 맞붙었다는 점도 자신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그런 걸 볼 때마다 항상 좋다. 앞으로의 나와도 연결을 할 수 있다. 게임이 잘 안 될 때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나이 때문은 아니구나’,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라스칼’ 김광희 “프로 생활 너무 좋아, 전역하고도 도전할 것” [쿠키인터뷰]
'라스칼' 김광희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문대찬 기자

김광희는 올해 개인 기량은 만족스러웠지만, 팀의 맏형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DRX가 우승을 한 것만 봐도 혁규 형이 맏형으로서 그런 역할들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다. DRX의 우승을 보면서 내가 팀원들을 다독여주고 조금 더 하나가 되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광희는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DRX의 전신인 킹존 드래곤 X에서 시작했다. 2년 가까이 뛰었지만 2019년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 놓이면서 이적을 선택했다. 김광희가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가워하면서도 궁금증을 드러냈다. 

김광희는 “한국에 남게 되면 어떤 팀을 가든 2년 계약을 하고 싶었다. 나이도 있고 군대도 가야 하는데 내게 남은 시간이 2년 밖에 없다. 팀을 옮기는 게 이제는 힘들고 한 팀에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상황 상 DRX가 제일 잘 맞았다. 중국과 같은 해외에도 갈 수 있는 상황이 나왔었는데 DRX가 가장 잘 맞았기 때문에 돌아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광희도, DRX도 계약 기간 2년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이적 시장 들어가기 전에 에이전시한테 다년 계약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마침 에이전시에서 DRX로부터 2년 계약 오퍼가 왔다고 들었다. 둘 다 생각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김광희는 앞서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DRX가 자신의 프로 커리어 마지막 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프로 생활의 시작과 끝을 DRX와 함께 하는 셈이 된다.

김광희는 “좋다. 사실 프로생활을 처음 할 때부터 한 팀에 있고 싶긴 했었다. 정이 좀 많은 스타일이어서 한 팀에 머무를 수 있으면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상황 상 그게 잘 안 되더라. 어쨌든 시작과 끝을 함께 한 거면 사실상 평생을 함께 했다고 얘기해도 되지 않겠나”가며 웃었다. 

프로게이머로는 노장에 속하는 김광희는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보이고 있다. 병역 의무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강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진 않을까.

“올해 잘하기도 했고, 하면서 느끼는 게 개인 몸 관리 등을 철저히 하면 나이가 들어도 기량이 저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프로게이머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군대를 다녀오게 되면 2년이라는 공백이 선수에겐 치명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녀와서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높은 기량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 하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한은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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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는 2023시즌 DRX의 로스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너무 좋다. 최근 기준으로 선수 생활하면서 상대 입장에서 다 잘하고 까다롭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모였다. 이 정도면 나만 또 무너지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크로코(김동범) 선수가 가장 까다로웠다. 공격적으로 잘하는 선수다. 보통 선수들이 연습 때보다 대회 때 덜 공격적이고 덜 과감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크로코 선수는 대회 때도 과감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DRX 신임 사령탑에 앉은 김목경 감독의 방향성에도 반색했다. “어떤 식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최근 얘길 나눴다. 나도 되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열심히 하되, 즐거운 게 첫 번째 목표라고 얘길 하시더라. 재밌는 게임을 하라고 많이 말씀해주셨다. 팀원들과의 신뢰 같은 부분도 되게 중요시 얘기해주셨다. 나 역시 DRX가 우승한 뒤로 내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만이 했는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김광희는 접점이 없는 선수 5명이 모인 것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호흡이 중요한 건 맞지만 서로간의 성향도 중요하다. 평소 성향이 게임에 드러날 때가 꽤 있다. 그런 것들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잘하는 사람들끼리 뭉치면 어느 정도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 크게 걱정 안 한다.”

한편 DRX는 김광희를 비롯해 수려한 외모를 지닌 선수들이 모여 ‘미남군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김광희는 “선수들이 다 너무 잘생겼다. 나는 게임을 조금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동범이 얼굴을 볼 때마다 웃음 밖에 안 나더라. 어제 처음 봤는데 동범이를 보고 한 10번은 넘게 웃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덕담 선수도 ‘좀 많이 잘생겼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훤칠하고 좋다. 올해 눈 건강이나 컨디션은 정말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광희가 내년 시즌 경계하는 팀은 T1과 담원 기아다. 그는 “T1은 너무 잘한다. 로스터가 계속 유지되니 합 자체도 되게 좋다. 개인 기량 자체도 리그에서 다 최상위권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담원은 다 너무 잘하는 선수들이다. 합을 맞추지 않아도 서로 뭘 해야 할 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합을 맞춰본 선수들처럼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희의 목표는 2년 안에 트로피를 드는 것이다. “팀과 선수, 선수단이 다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동기부여가 되고 생각도 비슷해진다. 이번에 계약할 때 회사 분들이 팀의 목표가 롤드컵 3연속 우승이라고 하시더라. 나는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는 편이라 ‘꼭 우승하겠다’와 같은 말은 잘 하지 않지만, 그래도 팀의 목표에 맞춰서 열심히 해보겠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