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 800병상 절실” 위기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사업

기사승인 2023-02-09 17: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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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 800병상 절실” 위기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사업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회장이 ‘필수중증의료를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 축소가 결정되자 의료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9일 ‘필수중증의료를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국립중앙의료원, 가천대 길병원, 아주대병원 등의 의료진들은 신축이전 사업 규모가 축소될 시 공공의료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는 2021년 11월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을 확보하는 신축이전 사업안을 제시했다. 신축이전 사업 예산은 본원의 경우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 5422억원으로 예상됐다. 중앙감염병병원은 5979억원, 중증외상센터는 252억원 등을 합산하면 총 1조1653억원 규모로 추계됐다.
  
기획재정부는 이보다 축소된 총사업비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지난달 통보했다. 기획재정부가 결정한 규모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총 760병상이다. 예산은 본원 3061억원, 중앙감염병병원 3902억원, 중증외상센터 252억원 등 총 7216억원이다. 당초 의료원이 요청한 규모보다 2361억원 감소한 규모다. 기재부는 △인구수 대비 병상수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을 고려해 규모 및 예산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축소 결정에 국립중앙의료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병상 확충이 절실한 상황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는 비판이 컸다. 병상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에서도 의료공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병상이 과하게 공급될까봐 사업을 축소한다는 설명은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해마다 30%, 30.2%, 20,4%로 집계됐다.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적절한 시간 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던 사망자의 비율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본원이 미충족 필수분야를 전적으로 감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충족 필수분야는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의료급여가 적용되는 취약계층 등 대형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 치료를 의미한다. 특히 의료급여 환자 진료는 2019년 입원진료 비율 기준 전국 16개 국립대학병원이 5.9%였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은 25.9%에 달했다. 서울시 내 응급의료기관의 의료급여 환자 비율도 권역응급의료센터는 4.4%였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은 19.4%로 높았다.

“본원 800병상 절실” 위기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사업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신축이전 규모를 축소하면, 감염병 대응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크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앞서 2015년부터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돼 감염병 대응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감염병과 관련된 정책, 연구, 대응인력 및 자원관리, 의료진 및 전문가 교육훈련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번 신축이전 사업은 단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대응에 동원되는 시기에도 필수적인 진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전문가들은 역할에 걸맞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국가 공공의료의 미래를 대비하는 프로젝트다”라며 “본원 기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최소 800병상과 이를 운영할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재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은 비용·편익과 효율성 측면만 두고 판단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더욱 반영해 예산을 결정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신욱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아직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총사업비는 확정이 됐지만, 향후 병원의 기본설계가 끝나면 물가인상과 건축단가 인상 등에 따른 비용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기획재정부는 경제 논리를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병원 시스템과 기능의 특수성, 병상 확충이 왜 필요한지 등을 촘촘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958년 ‘중앙의료원’으로 문을 연 이래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현재 장소를 지켜왔다. 건물이 노후하고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1990년대부터 신축 이전 계획이 논의됐다. 2003년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확충의 일환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 원지동으로 신축 이전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원지동 부지는 소음 기준 미충족, 문화재 조사 등의 사정으로 불발됐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소유한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공병단 부지가 최종 확정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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