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우리 모두가 사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쿡리뷰]

기사승인 2023-04-26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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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우리 모두가 사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쿡리뷰]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미국 브루클린, 이 너른 땅덩이에 배관공이 얼마나 많을까. 씩씩한 마리오(크리스 프랫)와 소심한 루이지(찰리 데이) 형제는 특출난 게 없는 평범한 배관공이다. 사업 번창을 위해 TV 광고까지 과감하게 시도하지만 무한경쟁사회에선 턱도 없다. 가족에게도 무시당하며 변변찮게 밥벌이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반전 기회가 찾아온다. 도시 전체에 일어난 물난리를 막고 배관공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 하지만 용감한 두 형제는 배관을 고치려다 되려 수상쩍은 토관으로 빨려든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각각 도착한 곳은 버섯왕국과 다크월드. 마리오 형제는 다시 만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6일 개봉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감독 아론 호바스·마이클 제레닉)는 친근함을 무기로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리지널 마리오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익숙할 게임 영상으로 시작해 모든 시리즈를 아우른다. 대표 테마곡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거쳐 영화 곳곳에 녹아들었다. 스크린에 펼쳐진 게임 속 다양한 배경과 세계관 역시 익숙하다. 안정감과 몰입감을 주는 장치에 마리오 가족 서사, 피치공주(안야 테일러조이)의 과거 및 쿠파(잭 블랙)와의 관계, 동키콩(세스 로건) 부자 이야기 등이 더해져 극을 더 풍성하게 한다.

왔다, 우리 모두가 사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쿡리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92분 동안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부단히 넘나든다. 게임 속 구조물은 물론 버섯을 먹으면 힘을 얻고 뭔가에 부딪치면 힘을 잃는 게임 규칙까지 그대로 재현한다. 전 시리즈 캐릭터를 모은 것도 눈에 띈다. 키노피오와 굼바, 요시, 엉금엉금, 펄럭펄럭, 와르르, 뽀꾸뽀꾸, 폭탄병 등 익숙한 모습이 보일 때마다 반가움은 커진다. 화염꽃을 먹거나 고양이·너구리 슈트를 입은 마리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매 장면이 마음에 콕 박힐 수 있겠다.

영화는 과거 영광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어린 관객에게 익숙한 마리오 카트들이 벌이는 추격 장면은 백미다. 피치공주의 오토바이부터 캐릭터마다 다양한 카트를 몰고 무지개 위를 질주하는 모습이 눈 뗄 새 없이 펼쳐진다. 새로 해석한 쿠파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진지하고 발랄하며 늠름한, 전에 없던 쿠파를 만나볼 수 있다. 절절한 세레나데를 열창하는 쿠파의 모습은 색다르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쿠파의 들끓는 공세가 재미를 배가한다.

왔다, 우리 모두가 사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쿡리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개연성을 정교히 갖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성, 작품성이 아닌 오락성으론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닌텐도가 선뵌 첫 3D 애니메이션 영화인 만큼 선택과 집중에 골몰한 흔적이 엿보인다. 어른에겐 추억 여행을, 어린이에겐 동심을 확장할 계기가 될 만하다. 슈퍼 마리오 게임을 접하지 않은 관객 역시 재미있게 즐길 요소가 다분하다. 문외한인 관객이라면 마리오와 루이지, 버섯왕국 등 세계관을 확실히 알아갈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다운 경쾌한 움직임과 알록달록한 화면,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볼거리다. 옹기종기 모인 키노피오들이 “그렇지만 우린 너무 귀엽잖아요”라고 말할 때면 귀여움에 몸서리칠 수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그 무엇도 우릴 해치지 못한다”며 의지를 다지는 마리오 형제의 성장기와 강인하게 활보하는 피치공주를 보면 흐뭇함과 뭉클함이 교차한다. 온 가족이 기억과 추억을 나누며 흥겹게 보기 좋은 영화다. 26일 개봉. 상영시간 92분. 전체 관람가.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