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빛나던 김광현…‘음주 파문’으로 퇴색

기사승인 2023-06-02 11: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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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빛나던 김광현…‘음주 파문’으로 퇴색
1일 삼성 라이온즈를 앞두고 SSG랜더스필드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인 김광현. SSG 랜더스

탄탄대로였던 김광현의 커리어가 ‘음주 파문’으로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김광현은 지난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불거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도중 음주 논란에 대해 사실 일부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WBC 대회 기간 일부 야구 선수들이 본선 1라운드가 열리는 도쿄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당시 해당 선수들은 지난 3월9일 호주전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이후 3월10일 일본전 직전에도 음주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KBO는 지난달 31일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 조사 결과 김광현과 함께 정철원, 이용찬이 당사자로 드러났다. 다만 KBO의 입장에 따르면 이들은 매체 보도와 달리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3월7일)과 휴식일 전날(3월10일)에 스낵바에 출입했다.

김광현은 “대회 기간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하고 싶다.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시는 팬들, 미디어, 야구계 선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짧았다. 내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후회하고 있다. 나와 같이 연루된 후배 선수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던 선수였기에 다른 선수들 보다 더욱 많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통산 14시즌 334경기에 나서며 152승 81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한 한국 대표 좌완이다. 역대 다승 공동 4위에 올랐고, 2008년에는 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2020시즌부터 2시즌 간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도 7개 대회에 출전해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3.92를 올렸다. 만 20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8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해 ‘일본 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팬 서비스도 적극적이던 선수였다. 2014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자선/사회공헌도가 가장 높은 야구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인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소아암 어린이 모발 기부를 위해 장발이던 머리를 잘랐다. 2022 MLB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다양한 팬서비스를 열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에 적극적인 팬서비스가 어우러지면서 김광현은 SSG의 연고인 인천을 넘어 전국구 인기를 누렸다.

그렇기에 팬들이 느끼는 실망도 더욱 크다. SSG를 응원하던 팬 A씨는 “너무나도 사랑했던 선수기에 어느 때보다 비통하고 참담하다. KBO의 조사에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라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김광현이 WBC 개막 직전 ‘일본의 단체 회식’을 두고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내야 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기 전에 하면 말이 또 나올 수 있다. 늘 우리는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져 팬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 그가 해당 발언을 한 시점이 음주를 했던 3월7일 다음인 3월8일로 알려져 그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김광현은 SSG 구단의 영구 결번, 은퇴 투어 등 장밋빛 미래가 예고 됐던 선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커리어의 마무리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생겼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